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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2 오키나와의 첫인상 by sharky (2)

오키나와의 첫인상

언젠가 어느 북파공작원의 수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굉장히 방대한 양의 글이었는데 북한의 특정지역에 잠입하는 임무가 잡히면 오랜 시간 동안 아주 상세하게 작성된 지도와 초정밀 시가지 모형을 보고 완전히 머릿 속에 집어 넣을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하여 숙지한다는 대목이 있더군요.

처음 가는 오키나와 여행을 준비하면서 마치 제가 그 북파공작원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이드 없는 짧은 여행이고 대중교통이 열악한 곳이라 렌트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인 동선을 만들려면 현지의 지형을 거의 꿰뚫어 익혀야 했죠.

그나마 인터넷이 발달하여 구글어스와 구글맵, 야후재팬맵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먼저 오키나와 본섬의 전체 지도를 틈 날 때마다 보면서 전체적인 감을 잡고 갈 곳을 골라 웨이포인트를 기록해 놓은 뒤 눈 감고도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보고 또 봤습니다.

아이폰이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당분간 스마트폰은 구입예정에 없고 현지에서 기계에 트러블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바보가 되는 관계로, 처음 가는 곳은 철저하게 전통적인 방법으로 접근해나갔습니다.


더 이상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고……


막상 비행기를 타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화물칸엔 자전거가 실려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좀 묘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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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이 가까와오자 구글어스에서 지긋지긋하게 본 섬이 그대로 손에 잡힐 듯 보입니다. 나간누지마. 이번엔 갈 일은 없지만 산호초가 너무나 아름다운 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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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는 잘들 아시다시피 미해군 태평양함대의 주요 기지이자 일본 해상자위대의 주 거점입니다. 중앙공항인 나하공항은 육해공자위대의 격납고가 제각 있고 국토교통성의 항공기들도 함께 사용합니다. 그래서 착륙 뒤에는 많은 군용기들을 볼 수 있죠.
가장 많은 비행기는 해상자위대의 P-3C 오라이언 대잠초계기들입니다. 잠수함들에겐 정말 귀찮은 존재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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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공항의 국제선청사는 상당히 작습니다. 활주로에서 버스를 타고 청사로 가야 할 정도죠. 반면에 국내선청사는 김포공항 정도의 규모는 됩니다. 나하공항의 주된 용도가 내국인 관광과 군용에 치중되어 있고 외국인 관광객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입국심사는 빨리 처리됐고 수하물도 바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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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에서 내리자마자 후텁지근한 온도와 습도가 남국에 와 있음을 실감케 합니다. 청사를 나서자마자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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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카 회사의 셔틀버스를 기다리면서 기념사진을 찍었네요. 서울에선 약간 추웠지만 자전거용 반바지를 먼저 입고 위에 카고 반바지를 입었습니다. 반팔 저지는 미리 안에 입고 도착하자마자 긴팔 셔츠를 벗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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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카 사무소에 도착해서는 미리 예약해 둔 서류로 빠르게 차를 출고할 수 있었습니다. 보다 더 저렴하게 빌리고자 일본 렌트카 웹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해서 예약을 했죠. 덕분에 상당히 저렴하게 차를 빌린 데다가 예약한 경차 클래스의 차가 교통사고로 바닥이 나 더 비싼 일반 클래스의 차량을 경차 가격에 렌트하게 됐습니다.

차는 와이프가 운전하고 저는 내비게이션 조작과 내비게이터를 했습니다. 오키나와의 하늘은 청명하기 그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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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 도착한 첫인상은 신의 축복을 한꺼번에 다 받은 곳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곳은 예로부터 전쟁이 나면 공략과 탈환의 핵심 대상이 되죠. 그래서 낙원 같은 모습과 섬 전체가 군사기지 같다는 상반된 이미지가 공존하지만 현재 시점만큼은 평화가 전체 분위기를 감싸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때 지속적으로 유구국(오키나와의 원래 왕국)과 교류를 유지하고 당시 세계 최강 해군이었던 이순신의 전라좌수영을 대양해군으로 발전시켰다면 이곳이 우리 영토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하면서 길을 지나갑니다.


미국과 중국이 무력으로 대처하는 상황이 오게되면 다시 이곳은 공략과 탈환의 대상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다시금 빌었습니다. 이곳이 다시 전장이 된다는 것은 곧 한반도도 마찬가지의 운명을 걸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네, 첫인상은 그랬구요, 다음에는 좀 더 가벼운 여행감상을 올려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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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rky

2010/03/12 17:55 2010/03/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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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지우 2010/03/17 22:16 # M/D Reply Permalink

    여행 컨셉 좋다...^^
    담백한 여행 사진도 굿입니덩

    1. sharky 2010/03/18 13:14 # M/D Permalink

      준비는 힘들게, 여행은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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