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팝송이 흐르며 어린 남녀 꼬맹이들이 시냇가에서 놀다가 남자애가 풀반지를 끼워주고, 세월이 흘러 여자애가 성인이 됐을 때 잘생긴 약혼자가 큼직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워주니 그제서야 옛날에 그 남자애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행복에 겨운 눈물을 흘린다는...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영화는 주제를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아닐까 했는데, 이번 최근작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정말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능숙하게 오가며 연출했다는 생각이 든다.
월드컵 지역예선에서나 가끔 들을법한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
서구사회에선 관심도 없을 이 제3세계에선 문명화된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보석을 둘러싸고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그게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것처럼 "그들이 미개하고 못나서, 그네들이 원래 잔인해서"가 아니라 우리들이 결혼 예물로 쉽게 얘기하는 다이아몬드를 공급하기 위해 생겨나는 일이란 것이다.
거칠게 말해, 우리나라 김모군이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촛불 이벤트를 하며 반지상자를 꺼내들고 이모양에게 프러포즈를 하면서 반짝이는 다이아를 꺼내들고 달콤한 말을 속삭이는 그 순간은, 시에라리온의 국민들이 손목을 잘리고 가족이 몰살당하며 여자는 강간당하고 어린아이들이 살인을 저지른 댓가로 쥐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보면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고 마지막 장면에선 눈물까지 흘리게 만든 영화였다.
예전의 그 다이아몬드 판매인협회의 광고는 이런 피의 다이아몬드가 우리나라로 대량 유입되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다. 광고 속 소년과 소녀는 꿈을 이뤘는지 모르겠지만 그 보석 한 알 속엔 꿈 자체를 꿀 수 없는 수 많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피눈물이 담겨져 있었을 지도 모른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