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의 독산동에는 우시장이 있습니다. 싼 가격에 고기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군요.

대략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의 30% 정도는 싸게 살 수 있는데요, 싸면 그만큼 지불해야 할 댓가가 있는데 별로 환경이 팬시하진 않다는 거죠. 거북할 정도는 아니어도 공기의 냄새도 그리 좋지는 않고.

헌데 동네의 깨끗한 정육점에서 잘 포장해서 판매하는 고기들이 여기나 마장동에서 받아와서 진열대에 올라간다는 걸 감안하면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깔끔한 걸 우선시 하면 그 만큼의 가치를 지불하고 잘 꾸민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면 되고, 가격을 우선시 하면 좀 허름하더라도 이런 곳에서 사면 되고.

저는 개인적으로 한우를 한우라고 믿기 어려운 시중 정육점 보다는 정직하게 한우니 육우니 비육우 같은 걸 그대로 얘기하고 파는 우시장을 더 신뢰하는 편입니다.

마장동과 마찬가지로 독산동에도 먹자골목이 형성되어 있는데요, 1인분 기준으로 1만5천원 꼴에 얼리지 않은 생고기(뭐 옆에서 바로 받으니 고기품질은 보장되겠죠)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 비지니스 접대나 상견례 자리가 아닌 순수 쇠고기 취식이 목적일 때 꽤 적합한 곳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먹자골목도 일반 식당형과 포장마차형의 두 부류가 있는데 식당형은 주저앉아 먹는 스타일이고 포장마차형은 1자 의자에 앉아 먹는 스타일입니다. 가격대비 나오는 양은 식당형이 조금 적은 듯 하지만 이런 저런 걸 따져보면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사진으로 포장마차형 고깃집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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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산동의 쇠고기집은 모두 가스불을 이용해 이런 돌판에 구워먹습니다. 저는 항상 고기를 구워 먹을 때엔 복사열에 의해 익혀야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이렇게 전도열로 익혀 먹어야 하는 고깃집은 일단 한 점 깎고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연기가 많이 나는 불을 피울 수 없는 동네구조 때문에 이런 방식이 자리잡지 않았나 합니다.

가운데 있는 건 잘들 아시다시피 쇠고기의 지방 덩어리인데 돌판에 고기가 붙지 않도록 쓱쓱 문질러주면 사르르 잘 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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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장도 포스가 좀 떨어집니다. 근데 사실 고기만 맛있으면 전 꽃소금에 살짝 찍어 먹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므로 양념장에는 큰 비중을 두진 않습니다. 그리고 뭐 이 양념장만 해도 사실 훌륭한 편이지요. 간장소스에 부추와 마늘 고추,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고기와 살짝 곁들여 먹으면 누구나 다 맛있다라고 생각하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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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도매시장에선 "우리 가게는 이렇게 바로 받아서 신선해"라는 걸 과시하듯이 소의 천엽과 생간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맛보다는 눈에 좋다고 해서 먹기는 하는데 역시 걸어서 5초 이내에 쇠고기 집결지가 있어 그런지 다른 곳보다도 더 신선한 맛을 보여줍니다.

특히 가운데 있는 등골(영어로는 marrow라고 하지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marrow of the life라고 표현한 그 정수) 맛은 꽤 재밌습니다. 뭔가 고소하면서도 쫄깃쫄깃한 느낌. 하단에 특히 붉고 네모난 건 지라인데 피를 만들어내는 곳이라 그런지 진짜 피 냄새가 강하게 납니다. 저한텐 아직까지는 적응이 어려운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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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처음 갔을 때 사진인데 이게 모듬으로 주문한 2인분이고 가격으로는 3만원 어치입니다. 싱싱하여 잡스런 맛이 전혀 안나는 육사시미 조금과 양 많아 보이게 하는 차돌박이, 그리고 제비추리와 토시살이 조금조금씩 골고루 올려지게 됩니다. 양이 큰 사람이 아니라면 둘이서 이만큼으로 충분하게 즐길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차돌박이 제외한 모든 게 생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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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째 갔을 때에는 맛은 있지만 굳이 여기까지 와서 언 차돌박이 먹을 필요가 있겠는가 해서 토시살과 제비추리로만 주문했습니다. 육사시미를 맛보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역시 생생한 쪽으로 집중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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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이 살짝 둘러진 불판 위에서 이렇게 먹을 만큼만 살짝 살짝 구워 입으로 가져갑니다. 뭐, 맛은 괜찮은 편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정체불명의 냉동 쇠고기를 비싼 값을 지불하고 먹는 것보단 분명 좋은 맛이라고 생각됩니다. 간판에 커다랗게 "횡성한우 매일 산지직송" 이런 식으로 써 놓고 1인분에 3만원 이상을 받는 고깃집도 수 차례 가보긴 했습니다만 독산동의 육우 고기가 그보다 떨어진다는 느낌은 잘 오지 않는군요. 제 입맛이 형편 없어서 고급의 가치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거나 '횡성한우' '산지직송'이 아니거나 뭐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정리하자면 분명 독산동 우시장 먹자골목은 가격대비 괜찮은 쇠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임에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변두리인 1호선 독산역에서도 제법 많이 걸어가야 나오고 주변환경이 그다지 받쳐주지 않아 일부러 찾아가려면 어지간해서는 결심이 안 서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가격과 훨씬 나은 접근성을 갖춘 마장동 먹자골목이 있으므로 역시 취사선택이 어렵겠군요.

독산동 먹자골목은 가스불을 사용하는 관계로 역시 마장동의 먹자골목을 더 우위로 쳐줄 수 밖에 없겠는데 혹자는 마장동의 번개탄보다 깔끔한 가스불이 낫지 않겠느냐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마장동에서 이용하는 건 숯이 맞습니다. 울타리가 없는 일부 조개구이집을 제외하곤 유독가스 때문에 번개탄을 쓸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생긴 것만 보고 익숙한 물건으로 단정지어 버리는 오류를 범하시지 마시길.

자칭 '미식가'들이 마장동을 비롯한 많은 고깃집에서 번개탄이라고 질타하는 그 물건은 야자껍질로 만든 야자숯입니다. 착화재가 발라져 있어 불을 당길 시에는 유해가스가 나오는 데 좀 지나면 복사열을 활활 발생시키는 훌륭한 숯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참숯에 비하긴 어려워도 싼 값에 복사열 구이를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야자숯을 앞으론 번개탄이라고 죄인취급하지 않으시길 바래봅니다.

가까운 곳에 거주하거나 "난 번개탄은 질색이야!"하시는 분들은 독산동 우시장에 한 번 가보시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고기의 질 만큼은 확실하다 여겨지며 특히 생으로 섭취하는 부위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곳이라 여겨집니다.


찾아가는 길 : 1호선 독산역 1번 출구로 나온 뒤 협진사거리 방향으로 약 500미터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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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rky

2007/06/24 09:46 2007/06/2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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