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성차별성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난 정말이지 광녀(狂女)가 싫다. 하긴 특별히 광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리도 만무하니 성차별적 발언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광녀가 싫은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광녀가 아니라 광남도 많겠지만 내가 남자라서 그런지 그렇게 피부에 와 닿는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별로 없어서 이 광인혐오증(狂人嫌惡症)은 주로 광녀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웰컴 투 동막골’에 나오는 강혜정이나 ‘환상의 커플’에서의 강자 스타일의 광녀가 그렇게 싫다는 말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사실 그런 사람들은 생각보다 주위에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정신의학적으로 병을 갖고 있는 일종의 환자이기 때문에 놀리거나 배척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싫어하는 광녀란 바로 멀쩡한 사람인 척 사회에 스며들어 존재하고 있는 파악하기 힘든 종류의 광녀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많이 접해보진 않았지만 지난 인생 동안 몇몇 케이스를 분석해 봤을 때 그들은 분명 광녀였고, 그중 일부는 사회악으로 분류해도 충분히 좋을 만큼 위험한 존재들이었다고 판단된다.
경험적으로 비추어 봤을 때 이런 광녀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거짓말을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이 살아가며 거짓말 한 번 안하고 살아가기란 꽤나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보편적인 반면 이런 광녀들은 정말 말 같지도 않은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또 그런 거짓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부연설명이 따라붙게 되는데 물론 이것 역시 거짓말이 된다.
이런 거짓말에 거짓말들이 트리구조로 엮여나가다 보면 해당 광녀에겐 하나의 광녀적세계관(狂女的世界觀)을 형성하게 된다. 사람을 잘 믿는 나로썬 처음에 이런 거짓말을 대수롭지 않게 곧이곧대로 들었다가 낭패를 겪은 적도 있다. 참으로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런 광녀들은 세균학적 개념의 숙주를 거느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숙주의 대상은 사회적으로나 재력으로나 높은 위치에 있는 남자가 되는 게 일반적인 것 같다. 숙주를 확보한 광녀는 사전엔 봉인해 놓은 광기를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끝까지 발산하게 되어 주위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광녀들은 결코 남을 존중하지 않는다. 설령 자신이 1만큼만 참으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있더라도 남에게 100이나 1000의 피해를 끼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때로 1만큼의 피해를 자신이 입었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1000 이상의 피해를 되돌려주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그것 역시 자신이 어떤 물리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주로 주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동원해 이간질 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곤 한다.
정말이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광녀를 만나게 되면 세상에 그것보다 더 피곤한 일은 없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비슷한 유형의 광남도 몇 명 보긴 했지만 내 경험상 광남은 빠른 시간 안에 식별이 가능한 반면, 광녀는 어지간한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치밀하고 교묘한 사회적 위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유치한 글을 쓰게 된 결정적 계기엔 정말 압도적이면서도 절대적인 혐오감이 들게 하는 어떤 중년의 여성을 잠시나마 가까이서 접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그 아주머니는 내가 기존의 가치관으로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반사회적, 반인간적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함으로써 광녀의 극단적 모습을 실감케 했다. (이 광녀에 비하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메릴 스트립은 정말 열심히 사는 성실한 사람이 아닐까 한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광녀를 접해보지 않았거나 어떤 종류의 광기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넘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참 부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