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라이딩 중 번짱의 안내로 들른 식당들에 대한 개인적 소회임.

다들 맛나게 먹은 음식들이고 워낙 친숙한 메뉴들이지만 이 집들의 미덕에 대해 얘기하자면, 일단 서울의 일반적인 식당에서 겪게 되는 '자극성'은 거의 없이 정직하게 만든 음식들이란 말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역 바로 근처에 있는 '제일식당'의 제육볶음 메뉴. 이 식당은 본디 고기구이가 유명한 집이고 고기를 공급받는 방식이 도매시장이 아닌 도축장 직거래로 보인다. 주인장의 고기 고르는 안목이 남다른 지, 식당 안에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질이 한 눈에도 무척 좋아 보였다.

이런 집에서는 지출을 좀 할 것을 각오하고 쇠고기 구이를 맛보아야 하지만 자전거 타러 나선 길의 아침식사로는 전혀 맞지도 않고 준비도 안되므로 제육볶음을 먹게 되었다. 아침에 제육볶음이 처음엔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상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니 충분히 아침식사로 괜찮은 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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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볶음이 돼지고기가 주인공이라기 보단 이 집에서 직접 담은 잘 익은 김치가 주인공이다. 삼겹부위의 돼지고기는 숙성된 김치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해 주는 보조재료나 마찬가지. 정성껏 지은 쫀득한 밥에 사골국물, 조미료 거의 안 넣은 집 반찬들과 함께 삼겹살과 함께 볶아낸 김치를 먹으니 전혀 빈 속에 부담 없이 한 끼 식사를 든든하게 할 수 있었다.

다음엔 꼭 이 집의 간판메뉴인 꽃등심을 맛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에서 식사를 하기 위한 목적만으로도 용문역에 갈 이유가 충분한 식당이라 여겨진다. 제육볶음-6천원, 꽃등심-200g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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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홍천 읍내에 있는 짬뽕전문점인 '짬뽕전문점' 이야기. 요즘 성남 분당 지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점포가 늘어나고 있는 '뿅의 전설' 같은 해독 불능의 짬뽕집에 비하면 다이렉트 직구성 작명이다. 맞은 편엔 '닭개장전문점'이란 자매점포로 추정되는 식당도 영업중. 짬뽕전문점은 홍천에선 아주 유명한 식당이라고 한다. 현지인들에게 사랑 받는 집이 진짜 맛있는 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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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메뉴판에 이것 저것 많지 않은 집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 집은 일반 중식당의 메뉴판의 한 1/10 정도의 구색을 갖추고 있다. 점포가 아주 크지 않은 이상 다루는 메뉴가 적을수록 재료의 회전이 빨라 냉동이나 오래 된 식자재를 사용하지 않아 그만큼 더 믿음이 가기 마련. 다만 가격은 싸진 않은데 맛 있으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가격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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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수에 맞춰 짬뽕과 짜장면을 주문하고 맛이라도 보기 위해 탕수육 소짜(1만2천원)를 주문했다. 탕수육이 먼저 나왔는데 이게 예상을 뛰어 넘은 물건이었다.

현재의 서울이란 공간 안에 살아가고 계신 많은 이들은 탕수육은 딱딱할 정도로 바짝 튀긴 고기 튀김을 시큼한 전분 소스에 찍어 드시는 걸 정석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일전에도 언급했듯이 탕추류(糖醋溜)에서 류라는 조리법은 소스를 끼얹거나 버무리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것으로, 튀김의 경우 수분을 살짝 머금어서 겉 부분은 쫄깃하고 속 부분은 튀김의 바삭한 질감이 남아 있는 상태가 정통 탕수육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오래 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화교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정책을 펴자 지하금융으로 부를 축적하던 화교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음식점을 내고 곧 중국음식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그 당시의 탕수육은 현재의 그것과는 달리 식초간장을 듬뿍 찍어서 먹어야만 그 맛이 완성되는 음식이었다. 난립한 중국집에서 배달 매출이 증가하자 식초와 간장을 일일이 챙기는 게 번거로와져 미리 소스에 간을 한 것이 현재의 케챱탕수육이 일반화가 되는 원인이 되었다.

잡설이 길었는데 아무튼 이 집의 탕수육은 육즙이 살아 있는 돼지고기 등심살에 계란 흰자를 섞은 전분 튀김옷으로 폭신하게 부풀려 튀겨, 시지 않은 소스에 버무려 식초간장으로 완성되는 그 옛날의 탕수육 맛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너무나 반가운 맛에 정신줄을 놓고 먹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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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간판 음식인 짬뽕을 먹어봐야할 시간. 먼저 비쥬얼이 거창하지 않은 게 좋다. 국물맛을 보니 채소와 해물을 강한 불에 볶은 살짝 탄 맛(이른바 불맛이라 하는)은 느껴지지 않지만 깊으면서 부드러운 맛이다. 무조건 맵게 만드려고 자극적인 재료를 섞지 않고 고춧가루 본래의 매운맛으로만 마무리 했다. 특이한 것은 익은 김치가 들어가 약간 김치찌개의 맛도 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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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은 좀 특이했다. 보통 수타가 아닌 기계를 사용하는 중국집은 얇게 늘린 반죽을 칼로 자르는 제면기를 써서 면의 단면이 사각형이 되는데, 여기는 반죽을 눌러서 노즐로 뽑아내는 냉면이나 막국수집 방식의 제면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생소한 경험이라 더 좋은 것인지 아닌지 판단이 잘 서진 않는 상태. 짬뽕밥 메뉴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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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먹은 음식들이 비록 평범하나 서울에선 이미 멸종의 길을 걸어가는 방식으로 조리되는 것들이라 더더욱 반가왔고 맛도 각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그 맛이 더더욱 좋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지사.

다만 날씨가 9월 답지 않게 햇살이 강렬하고 제법 힘든 오르막을 수 차례 오른 뒤 먹게 되니 뜨겁고 매운 음식이 주는 매력이 조금 감소되는 느낌도 없잖아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코스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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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rky

2010/09/07 19:04 2010/09/0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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