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팔교자관의 다른 요리는 어떨까, 궁금하여 재방문해보았습니다.
먼저 주문한 징쟝뤄쓰(한자로는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징쟝뤄쓰는 세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왼쪽에 보이는 것은 샹차이(향채)입니다. 가운데 있는 것은 채썬 돼지고기를 춘장과 함께 볶은 것이구요(징쟝이 혹시 춘장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추측을), 오른 쪽에 있는 것은 처음 보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두부입니다. (가격은 1만2000원)

"아니, 무슨 두부가 저렇게 생겼지?" 하실 수도 있겠지만 두부 맞습니다. 중국 식자재 파는 데에서 가끔 보이는 건데 건두부라고 불리며 두부를 만들 때 강하게 눌러 수분이 쫙~ 빠진 상태로 얇게 만든 것이지요. 두께는 대략 1mm 이하이며 질길 정도로 조직이 치밀하여 쌈을 싸먹는 재료로 많이 쓰입니다. (볶아서 먹어도 맛있구요)

사진상으론 잘 안보이지만 돼지고기 볶음 아래에는 가늘게 채 썬 대파가 깔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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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대충 모양새만 봐도 어떻게 먹는 음식인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한 번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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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두부 한 장을 개인접시에 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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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볶음을 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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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썬 대파를 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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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샹차이를 또 올려야합니다. 이게 빠지면 별로 맛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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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말아서 한 입에 쏙~ 넣고 건두부 대두단백의 고소함과 자근자근 씹히는 감촉, 춘장과 함께 볶은 돼지고기의 풍미, 대파의 아릿한 맛, 샹차이의 시원한 야생향이 함께 어우러지는 종합적인 맛을 즐기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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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치 상추쌈을 싸먹듯 손바닥 위에서 조합을 만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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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볶음도 주문했습니다. 강한 불에서 달궈진 기름에 단시간에 조리하여 가지의 윤기가 정말로 샤방샤방하군요. 굴소스로 조미한 간단한 요리인데 중국요리의 자극적인 맛이 아닌 상당히 마일드한 맛으로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아닐까 하네요. 8000원이므로 부담없이 주문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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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은 4000원짜리 메뉴에서 의외의 대박을 보여주는군요. 요리를 다 먹고 '이 정도 솜씨면 볶음밥을 주문해도 괜찮겠군' 싶어서 주문한 것입니다.

사실 저는 동네 배달 한국식 중국집에서 파는 볶음밥을 별로 안좋아 합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싫어합니다.
일단 일반 중국집은 밥부터 제대로 못짓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질거나 설었거나 제멋대로죠. 거기에 기름이 왕창 베어 있어서 기름냄새가 역하고, 조미료도 왕창 들어가 느끼합니다. 거기에 짜장까지 옆에 퍽 담아 놓아서 안그래도 정체성이 약한 음식에 결정타를 날리게 되죠. 여튼 볶음밥은 10번 먹으면 1번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 정도의 빈도수로 별로인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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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은 잘 지은 밥을 강한 불에 빠르게 볶아 기름의 향이 전혀 느끼하지 않고 고소하게 잘 베어 있어야 합니다. 재료도 이것저것 허접스럽게 많은 게 아니라 다진 대파와 계란 정도면 충분합니다. 간은 소금으로 살짝 하고 짜장같은 볶음풍미 킬러는 당연히 배제되어야 합니다.

삼팔교자관의 볶음밥은 이런 제 취향에 아주 잘 들어맞는 모습입니다. 밥알이 뭉쳐있지 않고 한 알 한 알 고르게 잘 볶아져 있습니다. 중국햄이 아니라 김밥용 프레스햄이 들어 있어서 좀 아쉽긴 하지만 맛을 좌우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입에 넣으면 따뜻하면서도 전혀 느끼하지 않은 감촉과 향이 정말 일품이더군요. 다음에 방문하게 되면 샹차이를 함께 넣어 볶음밥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해야겠습니다. (이 집은 조리시 어떻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그대로 반영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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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음식이 나왔군요. 바로 빠쓰 되겠습니다. 마탕의 원형.
고구마를 튀겨서 물엿을 발라놓은 걸 '맛탕'이라고들 부르죠. 화교들이 만들어 파는 걸 보고 우리나라 분식집에서도 간단해 보여 대충 따라는 해봤는데 뭐라 부를지 모르겠다가 대충 고구마+탕이라 부르는 걸 줄여서 마탕이라고 부르고 그게 맛탕이 되어버린 것으로 추측됩니다. (민간어원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음식을 대할 때 근시안적으로 사고하는지 재미로 한 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네이버 지식검색에 누가 "고구마탕을 영어로 뭐라고 해야 할까요?"라고 써놨더군요. 그나마 맛탕이 아니라 다행인 건지 모르겠지만 답변들을 보면.

고구마탕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음식이잖아요
고구마를 영어로 바꿔서 쓸 필요는 없어요
왜냐하면 김밥같은 경우도 그렇고 밥을 영어식으로 바꿔서 쓴다는 경우는 없잖아요
그냥 소리나는 데로 써주면 되겠습니다^─^
gogumatang 정도;;


(이게 질문자가 선택한 답변이라고 메달이 걸려 있더군요. 도대체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음식이라는 건 어떻게 주입된 사고방식인지 궁금합니다.)

고구마탕...
고구마는 Sweet Potato 이구요.. 탕은.. 영어권에는 이런 개념이 없답니다..
그냥 Soup이 있을뿐이죠..
따라서 Sweet Potato Soup라구 하시면 돼용


(분식집에서 파는 마탕을 본 적이 없는 것인지? 물엿 바른 고구마튀김을 영어로 스윗포테이토 수웁이라고 한다니 정말 포복절도할 일입니다. 그리고 고구마는 sweetpotato로 한 단어라는 건 중학교 수준의 어휘력이고 띄어 쓰면 감자가 단 것이 되겠죠. 상상하긴 어렵지만 감자를 물에 푹 끓이고 거기에 설탕을 왕창 넣어 만든 국물이라면 sweet potato soup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빠쓰는 음식명이라기 보다 조리법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고구마탕은 엄연히 중국요리입니다. 중국인들이 김치가 자기네 것이라고 하면 온갖 욕을 다 할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리 간단한 요리라 해도 엄연한 중국요리인 빠쓰디꾸아(고구마탕)를 아무런 조사나 연구도 없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음식이라고 규정해 버리는 건 정말로 양심 없는 행동입니다.

'탕'이란 개념이 영어권에는 없다는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빠쓰디꾸아를 대문자를 동원해가며 Sweet Potato Soup이라고 하면 된다라고 천연덕스럽게 얘길하면서 음식을 논하고 있는 게 행여 자신의 모습은 아닐지 한 번 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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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가 잠시 딴 데로 흘렀는데 삼팔교자관에서 서비스로 준 빠쓰는 계란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계란을 풀어 기름에 떨궈 튀긴 뒤 설탕을 입힌 이 간단한 빠쓰는 갓 만들어 녹은 설탕이 찐득하게 실처럼 따라나오는 상태입니다.

이 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좀 더 재밌게 먹으려면 옆에 준비된 냉수에 살짝 담궜다 빼서 설탕옷을 굳힙니다. 그러면 손에도 묻어나지 않고 겉은 딱딱하고 속은 부드럽게 따뜻하게 즐길 수 있죠. 역시 중국음식의 후식은 단 맛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삼팔교자관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음식 하나하나를 제대로 만드는 집 같습니다. 카운터를 보는 주인 아주머니와 요리사가 부부이고 가끔씩 10대 딸이 서빙을 돕는 가족적인 분위기에 메뉴판에도 없는 100여 가지에 달하는 요리가 주문 가능하고 손님이 원하는 취향대로 조리를 해 줘 자신의 입맛에 맞는 중국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죠.

앞으로 자주 들르게 될 중국음식점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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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rky

2007/06/11 12:26 2007/06/1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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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djok 2007/06/11 21:46 # M/D Reply Permalink

    이제 본격적으로 맛집 전문 블로거로 나서셨군요!

  2. sharky 2007/06/11 22:42 # M/D Reply Permalink

    뭘 전문씩이나냐. 걍 네넘에게 맛있는 거 한 점이라도 사줘볼까 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을 뿐이도다.

  3. 이길준 2007/06/11 23:37 # M/D Reply Permalink

    홋. 이것이 밥알 한알 한알 향기롭게 볶아진 볶음밥이군요!

    1. sharky 2007/06/12 10:31 # M/D Permalink

      아마 만화책 주인공이 먹었더라면 얼굴 클로즈업에 배경에 번개가 번쩍번쩍 거렸을걸요. ㅎㅎ

  4. 2007/06/12 01:05 # M/D Reply Permalink

    저희 회사 구로인데요...
    구로나 가리봉이나,
    가리봉이나 구로나...

    1. sharky 2007/06/12 10:32 # M/D Permalink

      엉 그랴, 멤버 소집해서 함 가보자고잉.

  5. mrnoface 2007/06/13 23:10 # M/D Reply Permalink

    친저어로스네요. 중국에서 먹어봤죠. 카우보이 비밥에서 고기 빠진 친저어로스를 제트가 스파이크한테 해 줬다가 싸우고 그랬었죠. -_-

    1. sharky 2007/06/14 11:35 # M/D Permalink

      북경어 광동어 뭐 그런 차이인가보군. 고기 빠진 것보다 샹차이 빠진 게 더 안습 같은뒤. 아~ 이제는 고전명작 반열에 든 비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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