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가키 팥빙수집. 이번 오키나와 여행에서 가장 맛나게 먹었던 음식이기도 한 이 가게로 들어가 보자.
앞서 포스팅한 키시모토 식당 바로 옆에 있는 아라가키 젠자이야. 팥빙수 하나로 50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 한다. 번잡스럽지 않고 단아한 모습이 마음에 쏙 든다. 생활공간과 함께 쓰고 있는 듯한 가게의 모습 자체가 팥빙수의 색깔을 띄고 있는 것 같아 재미 있다.

가게 안에 들어가면 식권 자판기가 있다. 식권 자판기가 있으면 좋은 게 음식을 만들고 날라야 하는 주인이나 종업원의 손에 돈을 거치지 않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와 동전에는 실로 엄청난 수의 세균이 살고 있으니 이런 식권 문화는 앞으로 국내에도 널리 퍼지면 좋겠다.
재밌는 것은 이 자판기에 버튼이 무려 40개나 있는데 메뉴는 젠자이 단 하나라는 사실이다. 위의 파란 버튼 20개는 가게 내에서 먹는 주문, 밑에 20개는 포장 주문이다. 각각 젠자이 하나, 둘, 셋, .............., 스물까지 있으므로 일행이 20명 이내이면 한 장의 식권으로 주문 가능하다. 물론 많이 산다고 할인은 없다. 1개에 250엔이고 20개 식권이 5,000엔이다.

이 부분만 보면 무슨 양꼬치 집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어딘지 중국스러운 오키나와.

젠자이 하나를 주문했다. 아주 푸짐한 양이다. 우리나라 카페 등에서 볼 수 있는 팥빙수는 뭔가 알록달록한 고명이 잔뜩 올라가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단순한 빙수가 훨씬 더 맛있다고 생각된다.

이것이 아라가키 젠자이를 50년 넘도록 존재케 한 팥소. 공장에서 만들어진 깡통 팥소를 쓰는 일반 팥빙수와는 차원을 달리 하는 매일매일 수작업으로 만드는 팥소이다.

수북이 쌓인 얼음을 조금씩 떼 내 팥소와 함께 먹는 맛이 일품이다. 아라가키 젠자이는 과하게 달지 않고 단맛도 은은한 편이라 편하게 먹을 수 있다.

껍질이 벗겨지지 않고 한 톨 한 톨 쫀득쫀득 탱탱한 이 맛은 정말 최고의 팥빙수 그 자체!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팥빙수는 각얼음을 분쇄기에 넣고 잘게 부순 얼음으로 만들어 입안에 넣으면 자글자글 씹히고 깨지는 맛인데 개인적으론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기에 온갖 젤리며 과일, 인공 색소 첨가물 시럽으로 범벅을 해 놓으면 팥과 얼음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힘든데, 아라가키 젠자이의 얼음은 큰 얼음을 대패 깎듯이 칼날로 갈아낸 옛날 방식 그대로의 얼음이라 입안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는 맛이 일품이었다.
아라가키 젠자이야는 적어도 내 입맛엔 최고의 팥빙수를 파는 가게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하다. 다음에 또 오키나와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다시 들를 이유가 있는 가게라 생각된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