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에 있는 가리봉동은 자주 가는 동네는 아닙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여튼 살아오면서 갈 일이 없었기 때문이죠.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골가게 있는 것도 아니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리봉동엔 조선족을 비롯 중국인들도 많이 살고 동남아 국가나 몽고, 러시아에서 온 사람들도 많이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법망을 피해서, 또는 묵인 하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힘든 일을 하면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죠.

사회학적인 얘기는 생략하도록 하고, 그런 이유로 이 동네엔 한국화된 중국집이 아닌 진짜 중국음식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경요리처럼 화려하고 귀한 음식이 아니라 동북지방의 서민적인 중국요리를 주로 내놓고 있죠.

가리봉동의 많은 중국음식점 중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삼팔교자관'을 한 번 방문해보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왔으면서도 가리봉동에 있는 식당을 찾아가긴 처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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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교자관은 가리봉오거리 가리봉시장 내에 있습니다. 지하철 7호선을 남구로역에서 내린 뒤 3번 출구로 나와 250m 정도 걸으면 나오는 횡단보도를 건너 청솔약국 옆 시장골목으로 100m만 더 가면 왼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거리의 모습이나 분위기는 그리 좋은 비주얼은 아닙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장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가게 내부는 화려하진 않더라도 깔끔한 편입니다. 기분 좋게 식사를 하는데 부족할 것 없는 정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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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상당히 준수합니다. 사진은 직접 찍어서 컬러프린터로 출력한 뒤 코팅으로 마무리하였군요. 대부분의 요리가 1만2000원 선이고 식사류는 볶음밥과 다루멘이 있습니다.
모든 한국식 중국집의 표준메뉴인 자장면과 짬뽕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탕면이 있었으면 하지만 이 집의 주특기는 볶음인 것 같군요. 불을 다루는 기술은 중국음식에서 가장 중요한데 잘 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자세는 바람직합니다. 우리는 궈바로우와 물만두를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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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이 짧아 중국식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군요. 어쨌든 무우채를 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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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땅콩. 촉촉하게 볶아서 껍질째 같이 먹어도 맛이 좋습니다. 모든 한국식 중국집에서 안먹으면 큰일 나는 줄만 아는 단무지는 여기엔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맛있는 단무지가 전멸되다시피 한 요즘은 거의 단무지에 젓가락을 대지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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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이거 물만두가 생각보다 괜찮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모든 한국식 중국집에서 파는 물만두는 손가락 마디만한 공장제품을 물에 대충 끓여서 참기름을 듬뿍 뿌려 갖다 주는데, 그걸 맛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얼마나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요리집의 자존심이 존재한다면 정말 팔지 말아야 할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이유로 군만두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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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교자관의 물만두는 하나하나 직접 빚은 것이고 만두피가 두툼하여 볼륨감이 잘 살아 있군요. 물만두는 피가 좀 얇은 것이 좋겠지만 이정도 두께는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데 편리할 정도로 좋습니다. 만두소는 돼지고기와 부추가 주를 이룬 정통 중국식이고 재료를 너무 잘게 다지지 않아 씹는 재미도 즐겁습니다. 흠뻑 흘러내리는 육즙도 일품이군요.
만두가 한자로 교자인데 이 집의 이름이 삼팔교자관이라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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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바로우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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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바로우는 얇게 썬 돼지고기를 찹쌀가루 반죽을 입혀 튀긴 뒤 달콤새콤한 소스를 부어 살짝 볶아낸 요리입니다. 바삭거리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이죠. 탕수육과 혼동할 수 있겠지만 탕수육과는 다른 요리입니다. 이 집의 궈바로우는 케첩을 많이 사용해서 몇 점 먹다보면 시큼한 향에 좀 물리게 되더군요. (역시 중국요리는 여러 명이서 조금씩 다수의 요리를 맛보는 게 좋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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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물릴 수 있는 궈바로우를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주인아주머니에게 샹차이를 달라고 해봤습니다. 고수, 향채, 팍치, 실란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샹차이는 전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채소인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화장품 냄새가 난다"면서 푸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샹차이의 향을 좋아하는데 제가 외국인의 입맛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익숙한 음식만 받아들이려는 폐쇄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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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바로우에 이렇게 샹차이 몇 잎을 얹어 함께 먹으니 그제서야 비로소 맛이 완성됩니다. 시큼하고 단 양념이 베인 튀김옷이 샹차이의 향과 함께 풍성한 맛이 느껴지고 그 뒤로 돼지고기의 쫄깃한 감촉을 느낄 수 있어 물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게 되었군요.

주인 아주머니는 제가 샹차이를 주문하니 약간 놀라는 눈치입니다. 보통 한국손님들이 샹차이라면 기겁을 하니 오죽하면 중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메뉴판과 한국인들을 위한 메뉴판을 따로 만들었을 정도였으니 자청해서 샹차이를 달라고 하는 한국손님을 만나면 반가워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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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로 나온 계란국은 평범합니다. 뭐, 무상제공이기도 하고 동북성 음식이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보니 별다른 재료 없이 그냥 참기름 살짝 뿌린 계란국입니다. 궈바로우의 자극 있는 맛을 정리하는 데에는 나쁘지 않더군요.


간만에 맛있는 중국음식을 먹은 것 같습니다. 허접한 동네 배달 한국식 중국집 음식들에 실망만 하다 소박하지만 제대로 만든 중국음식을 접하니 그렇게 맛있게 느껴질 수 없더군요.

이런 이유로 며칠 뒤 다시 삼팔교자관을 찾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 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상호 : 삼팔교자관
위치 : 가리봉오거리 가리봉시장 내
전화 : 02-856-3868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sharky

2007/06/10 15:46 2007/06/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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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는이 2009/03/09 17:38 # M/D Reply Permalink

    글 잘 읽고 갑니다. 가까운 곳이 더욱 가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다만, 샹차이를 단순히 배타적인 문제로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인도,네팔,태국,멕시코,홍콩 음식 모두 현지에서 먹으며
    즐겨하지만, 샹차이는 어지럼증, 구토등으로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멀리하지, 언급하신바대로 배타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봅니다. 정말 배타적이었으면 샹차이가 들어있는
    음식조차 접하지 않으려고 했겠지요.

    1. sharky 2009/03/09 22:03 # M/D Permalink

      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앞으로 표현에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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