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림픽이 레알 싫어진 이유

체질적으로 남과 경쟁하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병림픽은 애초부터 싫었다.

예전에 오락실을 가더라도 대전게임을 혼자서 하는 게 좋지 모르는 누군가와 하는 게 그닥 재밌지 않았다. 유행했던 한 두어 가진 모르는 이들과도 했는데 것두 몇 달 가지 않아 그만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짜증났던 기억 중 하나는 역시나 아무런 의사표현도 할 수 없는 상태인 군대 쫄다구 시절 휴일에 하는 내기 축구와 족구였다. 돈도 없는 와중에 지면 그게 빚이 됐다. 이겨도 별로 기여한 것도 없으니 재미도 없고, 지면 빚을 지는 동시에 맞기까지 해야 했다.

경쟁을 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잘 하는 게 없기 때문이었다.

어느 분야나 딱 중간 정도의 수준이 내 실력이고 거기서 아웅다웅 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각 분야에서는 상위 1%의 달인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그건 아무리 중간계에서 지지고 볶고 해봐야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 된다. 그리고 상위 1%의 달인들은 그런 식으로 경쟁하지도 않는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나가면서 병림픽을 걸어오는 사람들을 숱하게 봤다. 몇 번은 발끈해서 따라간 적도 있지만 이젠 그러지도 않는다. 발끈했던 것도 단순히 나를 제꼈다는 불쾌함이 아니라 그들이 지나가면서 행한 무례 때문이었다.

일반도로에 나가보면 안다. 한강에서 아무리 애들과 여성에게 고함을 치고 땡땡이를 울리며 뽕짝을 틀고 다녀봐야 너님들은 결코 왕이 아니라 지극히 미약한 벌레 같은 존재라는 것을. 어느 하나 다른 교통수단에 우월한 것은 없는 게 자전거이다.

차들이 배려해 주는 것은 너님들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압도적으로 불리해지는 자신의 처지가 귀찮기 때문에 피하는 것일 뿐이다. 물론 운전자는 귀찮은 정도로 고생하지만 너님들의 데미지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차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고 너님은 반신불수가 될 수 있다.

병림픽이 진저리가 나게 싫었던 건 자전거를 계기로 알게 되었던 어떤 사람이 병림픽에 환장했다는 걸 깨달았을 때였다. 왕복 30km 정도 되는 한강도로를 달리면서 정말이지 2초도 쉬지 않고 땡땡이를 울리며 가는 모습을 보고 인생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 앞서는 자전거가 있으면 계속 땡땡거리며 추월하고, 쫒아오면 속도를 높이기 위해 보행자들을 향해 땡땡이를 울려대며 달리는 그를 보며 이건 진짜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강의 병림픽을 뒤로 하고 차가 다니는 곳에서 자전거를 타며 나의 보잘것 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 받기 위해 신호를 거의 100% 준수하며 도로교통법에 충실하기 위해 신경 쓴다. 한강에서 병림픽을 해서 이겨봐야 조금도 기쁘지 않았던 기분이 일반도로 최하위 차선에서는 한없이 자유로워짐을 느끼게 된다.

그 기분을 조금이라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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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rky

2010/01/29 17:57 2010/01/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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