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홈페이지에서 재포스팅)
영화 '라디오스타'로 인해 새삼 관심을 갖게 된 고장 영월.
영월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느낌은 정말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는 거였다. 모쪼록 그 아름다움이 오래오래 파괴되지 않고 보존되길 바라며...
영월에 들르기 전에 뭐 특산음식이 있나 하고 찾아보니 곤드레밥이라는 게 유명하단다. 이름이 하도 걸어서 험악한 음식인가 했는데 막상 내용을 보니 상당히 괜찮아 보였다. 곤드레밥이란 강원도 영서지방의 곤드레나물이라는 것으로 지은 밥이라고.
곤드레밥은 얼마 전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서도 등장했는데 언젠가 맛볼 기회를 대비하여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곤드레밥을 짓는 요령이 나오는데 일단 참고하면 좋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서울에서는 아무리 해봐도 영월에서의 맛이 안날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곤드레밥으로 유명하다는 영월의 청산회관.
라디오스타에 나온 청록다방에서 오르막 방향으로 100여미터만 걸어가면 바로 나온다. 맞은 편에는 꽃가게 청년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가씨가 근무하던 농협이 있다.

나물로 지은 밥 치고는 조금 비싼 가격이다. 아마 현지인의 체감물가로는 더 비싸다고 느껴질 것 같다. 아마 영월사람들은 "뭐 그깟걸 돈내고 사먹어~ 다 외지인 상대로 장사하는거지" 이러지 않을까.
6천원짜리 보통 곤드레밥이 우리가 주문한 것이고 8천원짜리 특은 반찬이 몇가지 더 올라간다고 한다. 보통으로도 충분한 양이니 어지간한 대식가나 다 먹지도 않으면서 반찬 한 두 개에 목숨 거는 사람이 아니면 굳이 특을 주문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곤드레밥 등장! 1인분이 6천원이라는 게 조금도 아깝지 않은 상차림이다. 얼핏 보기엔 대수롭지 않아 보이겠지만 서울 시내에서 중국산 식재료로 만드는 반찬과 비교했을 때 바로 영월에서 생산된 자연산 나물과 채소로 만들어진 저 반찬들의 값어치는 몇 배는 더 높을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이 두부. 많은 사람들이 두부에 무관심하거나 무감각한 경우가 흔한데 이 큼직한 두부를 젓가락으로 한 점 떼어내어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그 자체로도 얼마나 훌륭한 요리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솔직히 나는 이 두부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어렸을 때 시골에 가서 맛보던 그 두부맛이 났다.

곤드레밥은 이런 모양을 하고 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흰 쌀밥에 투박하게 섞인 곤드레나물. 아마 예전 어르신들이 밥상 위에 마지못해 올려놔야 했던 곤드레밥은 이보다 훨씬 더 거칠게 생겼을 것이다. 갓 지은 곤드레밥에서는 강원도 산골마을 초가집 부엌에서 맡았던 그런 향내가 난다.

상 위에 있던 다른 나물들과 반찬들, 그리고 양념장을 떠 넣어 비볐다. 난 비빔밥을 먹을 때에 나물들의 향이 될 수 있으면 그대로 남아 있기 바라기 때문에 양념장을 조금만 넣는 편인데 곤드레밥 역시 가급적 양념장을 살짝 넣는 게 좋을 듯 하다. 비록 참기름이라는 막강한 나물향 킬러가 나물찬의 조리시에 가미되어 있어 나물향이 상당부분 죽긴 했지만 밥에 잘 베인 곤드레나물의 향취를 느끼기엔 충분할 정도는 된다.
이렇게 비빈 곤드레밥에 된장찌개를 한 술 곁들여 맛있게 먹다보면 온 몸 가득히 건강이라는 단어가 퍼져나가는 것만 같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서울 식당들의 정형화된 된장찌개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그런 맛이다. 서울에서 나오는 된장찌개는 보통 미리 준비된 몇몇 재료들에 공장된장을 넣고 높은 화력으로 단시간에 조리하게 되는데 이집 된장찌개는 집된장으로 차분히 정성껏 조리한 그런 맛이 난다.
이렇게 곤드레밥 한 끼를 해치우니 정말 기분이 좋아지는 식사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부러 찾아가기엔 그리 쉽지 않은 영월이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풍요로운 휴식을 느끼고 싶다면 꼭 한 번 영월을 찾아가길 권하고 싶다. 영월에서 만난 곤드레밥은 전혀 화려하진 않지만 깊은 맛으로 가득 찬 음식이었다.
청산회관 : 033-374-3030
찾아가는 길 : 38번 국도 정선 카지노 가는 길로 인내심을 갖고 가다 영월로 빠진 뒤 군청방향.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