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죄란 건 딱히 댓가를 치르지 않더라도 용서만 구하는 것으로도 상대방은 받아들인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인간은 선한 마음을 가진 게 맞는 것 같다.
죄를 지은 사람 중 어떤 이들은 댓가만 치르고 참회는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넘어가기는 하나 관계가 회복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죄를 짓고도 댓가도 치르지 않고, 참회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관계는 유지를 하려고 한다.
당하는 쪽에선 가장 괴로운 일인데, 이게 현재 우리나라에서 군집현상으로 일어나는 동시에 수법 또한 갈수록 교묘해지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스톡홀름신드롬 비슷한 현상도 발생해 당하는 쪽이 죄짓는 이들을 옹호하는 형국도 일어나고 있다.

일본드라마 '불모지대'를 보고 있으려면 뭔가 만감이 교차한다. 드라마 자체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대작이지만 그 주인공 '이키 타다시'를 보고 있자면 자꾸만 불편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주인공 이키 타다시는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한 재원으로서,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총사령부였던 대본영의 작전참모로 맹활약을 하다 핵펀치를 맞은 일왕이 항복선언을 하면서 만주에 가 자의로 소련군의 포로가 되는 그런 인물이다.
이키는 11년간 지옥같은 시베리아 형무소의 강제노동을 견뎌내고 결국 일본에 송환되지만 자위대에 복귀하진 않고, 40대 중반에 무역회사에 입사해 대본영에서 활약한 전략적 능력을 발휘해 전후 일본의 초고도성장기의 최전선에서 활약한다는 게 드라마의 줄거리이다.
이키가 11년간 시베리아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강제노동을 겪어가는 과정이 마치 일본이 전쟁의 피해자인 양 묘사되고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한 것이 일본국민들을 위한 참회처럼 보여지는 게 첫번 째 불편함이다.
그리고 더더욱 불편한 것은 이키 타다시가 순수한 가공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각색한 논픽션적 인물이라는 것인데, 그 주인공은 세지마 류조라는 사람으로 이키와 똑같이 육사를 수석졸업하고 대본영 작전참모로 활약하다 시베리아에서 11년간 억류생활을 한 뒤 일본으로 돌아와 이토추 상사에 입사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세지마 류조의 일대기가 왜 불편하냐면 그는 박정희의 일본육사 1년 선배이자 임관 후 상관으로서 박정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었으며, 박정희의 죽음 뒤 전두환과 노태우에게 광주 민주화 운동을 총칼로 진압할 것을 막후에서 조언하는 등 대한민국의 현대사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모지대의 주인공 이키 타다시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은 드라마 자체로는 흥미롭지만 죄를 짓고도 참회하지 않는 일본의 뻔뻔함을 보는 기분에, 우리나라에서도 죄를 지으며 되려 큰소리를 치는 지배층을 형성해 놓은 씁쓸함이 동시에 느껴지기 때문에 보는 내내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끝까지 드라마를 보긴 하겠지만 이 근원 깊은 불편함은 내내 깊어져만 갈 것 같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