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대표'를 보고

영화를 예매했는데 우리 현대사의 가장 큰 인물이라 할 수 있었던 김대중 전대통령께서 서거하셨다. 예매를 취소할까도 고민했지만 결국 관람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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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경기장면과 훈련장면은 훌륭했지만 시나리오는 별로였다는 게 개인적인 소감이다. 투자사가 여럿 되면 시나리오가 지저분해지기 마련인데, 왜 이렇게 일일연속극 수준의 드라마적 요소들을 억지로 가미하려 했는지 투자자들에게 묻고 싶어졌다. ("흥행만 잘 되면 장땡이지 뭐~"라는 대답이 예상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스키점프 실화에다가 모글스키 미국대표인 한국계 입양아 토비 도슨의 얘기를 섞은 것은 좀 심하지 않은가? 사전합의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토비 도슨이 이 영화를 본다면 상당히 어이없어 할 것만 같다.

그리고 등장인물들 하나하나에 왜 그렇게 극적인 설정을 섞어야만 했는지, 사실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의 실화는 그 자체로 충분히 감동적인 드라마인데, 여기에 왜 이렇게 잡스러운 설정들을 계속 엮어놨는지 보는 내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스키점프 대회 장면만큼은 정말이지 좋았다. 실제 같은 상황과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CG, 연출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게 해주었다. 피셔 스키를 들고 가서 아토믹 스키로 활강하고 점프한 순간엔 엘란으로 바뀌는 것 따위는 조금도 문제가 되질 않는다. 이딴 걸로 트집 잡을 생각은 1g도 안들 정도로 완성도 높은 경기장면을 보여줬다 생각한다.

우리나라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들은 영화 초반부 입양아 TV프로그램에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군면제와 아파트 따위로 이들의 업적을 폄훼하지 않았음 좋겠다.

(아래는 당시 소식을 접하고 2003년 1월에 포스팅 했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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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스키점프 선수가 국제규모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기적의 주인공은 설천고 3학년에 재학중인 강칠구(20) 선수.

이탈리아 타르비시오에서 열린 제21회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스키점프 K-90에 출전한 강칠구는 17일 저녁(이하 한국시간) 1,2차 시기 합계 245점을 기록해 오스트리아의 슈바르젠 베르거(240.5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스키점프, 지금까지 겨울철 눈요기 거리로 스포츠뉴스 시간에 잠깐 보여주던 그 종목에 우리나라가 출전하는 것만도 놀라운 일인데 거기서 금메달까지 따냈다니 이건 정말 한국축구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것을 능가하는 쇼킹한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적어도 동계스포츠 계에서는).

한국에서 스키점프로 등록된 선수는 단 7명이다. 한 팀도 아니고 한 나라 전체에 그렇다(일본만 해도 1천명이 넘는 등록 선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중에 국제대회에 출전 가능한 선수는 5명이다.

5명, 엄청나게 적은 수이지만 등록선수 7명 중 5명이 국제대회 출전 가능이라니 생각해보면 참 대단한 일이다. 이들은 스키를 신고 뛸 줄만 알면 국가대표를 달았다고 한다. 그렇게 선발된 선수들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1회용으로 조성된 점프대(96년 동계 유니버시아드에 쓰기 위해 무주에 만든)에서 한 여름에 인조 잔디 위로 뛰어오르며 훈련했다고 한다.

그랬던 그들이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때 8위에 오를 때만 해도 전세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헌데 이렇게 한 시즌이 지나자 메달권으로 접어들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말 만화같은 스토리다.

"다시 태어나도 점프대에 오르겠다"고 말했던 우리 스키점프 선수들. 그들이 훨훨 날 수 있게 날개를 달아주었음 좋겠다. 스키어들에게도 조롱을 받고 스키협회로부터도 무시를 당하던 그들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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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rky

2009/08/19 09:01 2009/08/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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