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부동산 열기는 아예 광기라고 부르는 게 적합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양상을 띄고 있다.
뭐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도 자본주의의 속성 중의 하나이니 그럴 수 있겠지만 얼마 전에 있었던 한 사건을 보면 '부동산 광기' + '영어 컴플렉스' = '한국형 천민자본주의'라는 덧셈등식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할 따름이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롯데건설에서 만들고 분양한 '롯데 낙천대'란 아파트가 있다. 여기 저기 단지가 있는 것 같은데 대표적으로 동작구 사당동에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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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yj_2님의 게시물)

근데 여기 살고 있는 주민들(말 안해도 부녀회)이 "아파트 이름이 낙천대가 뭐냐? 마치 장례식장을 떠올리게 한다. 외관을 좀 바꿀테니 아파트 이름을 '롯데캐슬'로 바꿔달라"고 동작구청에 요구했다. 구청은 "부동산 이름 바꾸려면 여기저기 손 봐야 하는 게 많아 골아픈데 장난해유?"라고 묵살하였지만 낙천대에 살고 있는게 그토록 수치스런 주민들은 행정법원에 소송을 내어서 기어이 승소하고 말았다.

이 과정을 재산권 확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낙천대라는 이름이 그렇게 꼴사나워 보이는지 한 번 되묻고 싶다.

대(臺)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조원공간 속에 배치되는 건물은 대(臺), 누(樓), 정(亭), 사(榭), 헌(軒), 당(堂), 재(齋), 각(閣), 단(壇), 문(門) 등이다.

1. 대(臺)

흙과 돌을 높게 쌓아 평평하게 만들어 멀리 경치를 바라볼 수 있게 한 기능의 축조물을 말한다. 때로는 바라보기 위한 기능의 자연암반도 대라고 부른다. 천문을 관찰하는 대를 관상대(觀象臺), 천문대(天文臺), 첨성대(瞻星臺), 관천대(觀天臺)라 한다.

조원 건축물 정재훈, 한국 전통의 원, 1996. pp594~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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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대는 아파트 외벽에 한자로 이름이 써 있듯이 樂天臺, 즉 하늘을 바라보며 즐거움을 누리는 돈대를 의미한다. 전통건축물의 미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있게 본 사람이라면 우리 옛 건축물이 얼마나 낭만적이면서 동시에 기능적으로 우수한지, 그리고 얼마나 깊은 철학을 내재하고 있는지 실감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낱 도시 속에서 따닥따닥 붙어 사는 아파트먼트 따위에 낙천대라는 운치 있는 이름을 붙여주고 입주민들의 정신적 풍요를 기원했다고 하면 롯데건설에 대한 오버가 될까? 하지만 '자이' '푸르지오' '래미안' '위브' '하이빌' '상떼빌' '더샵' '브라운스톤' 등등 국적불명의 지저분한 아파트 이름과 비교했을 때 낙천대가 훨씬 나으면 나았지 장례식장을 떠오르게 한다니 외국어 이름을 차지하기 위해 대는 핑계치곤 지나치게 치졸하단 생각이 든다.

캐슬(castle)은 중학교 필수단어로 '성(城)'을 의미하며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미나스티리스 전투를 상상하면 된다. 부차적인 뜻으로 대저택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대저택은 60평 아파트가 아니라 대문에서 집까지 차 타고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빌 게이츠 자택 급의 어마어마하게 넓은 집을 일컫는 것이다.
(사진출처 : 한겨레신문 이정국 기자)

그러므로 따닥따닥 붙어서 층간소음에 노이로제를 걱정해야 하는 아파트먼트 롯데캐슬은 절대로 castle이 아니다. 낙천대라는 이름이 부끄럽다면서 성도 아니요 대저택도 아닌 곳에 당당하게 캐슬이란 이름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은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까놓고 말해 일단 그럭저럭 살고는 있는데 나중에 롯데건설이 이상한 이름 아파트 붐에 편승해서 '롯데캐슬'이란 '브랜드아파트'를 만들고 대대적으로 광고도 때리는 모습을 보니 배도 살살 아프고 영어로 된 이름이 무작정 그럴듯해 보이기도 해서 시세차익에 대한 투자개념으로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외관만 살짝 바꾼 뒤 브랜드아파트로 어떻게든 우기고 싶은 것이 아니겠는가?

동대문시장과 옥션에 넘치고 넘치는 구찌나 버버리, 프라다의 모조품들을 우리는 '짝퉁'이라고 부른다. 롯데캐슬 자체가 명품이라 부르기도 뭣하지만 이런 것까지 짝퉁을 만들기 위해 낙천대라는 이름을 폐기하려는 건 일종의 사기행위이다.

짝퉁 주거공간에서 얼마나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난 이런 천민자본주의적 행태를 보며 기아차 옵티마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엠블럼, 램프 등을 바꿔 끼우고 베엠베(BMW) 차주 행세를 하려는 사람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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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rky

2007/05/29 09:02 2007/05/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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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29 12:22 # M/D Reply Permalink

    그녀의 프리미엄,, <- 짜증 쓰나미.

  2. sharky 2007/05/29 18:00 # M/D Reply Permalink

    모네타 같은 부동산 커뮤니티 보면 "푸르지오 입성하다" 이런 식의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하더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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