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렇게 요란하게 방송과 미디어에 나온 자료를 도배하는 집을 별로 안좋아하는 편인데 그나마 이 집은 이런 선전에도 불구하고 맛을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다.

가격은 착하지 않은 편이다. 냉면 한 그릇에 7천원이니 4명이서 냉면에 만두에 제육까지 시켜 먹는다 치면 5만원을 훌쩍 넘기는 값비싼 외식이 된다. 불고기나 어복쟁반을 시켜먹게 되면 일식집에 근접하는 계산서가 기다리게 되고...
그럼에도 일단 맛이 있고, 이북음식을 그리워하는 실향민들 중에 38따라지 근성으로 알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 집은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반 접시만 시킨 만두. 피가 얇고 덩어리가 큰게 보기만 해도 푸짐하다.

만두소로는 숙주와 으깬 두부 조금, 도라지, 돼지고기 등이 들어가 있는데 사실 이 만두 하나만 가지고도 이 집의 음식솜씨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화학조미료 없이 입안 가득히 퍼지는 풍요로운 맛이 가히 일품이다.

보통의 냉면집에서는 육수를 주지만 이 집에서(그리고 몇몇 평양냉면집에서)는 면수를 준다. 면수라 함은 면을 삶은 물을 의미하는데, 메밀이 주성분인 면을 삶아내면 숭늉 스타일에 구수한 향이 그만인 일종의 메밀차(?)가 만들어진다. 만두를 먹으며 이 면수를 훌쩍훌쩍 마시면 감칠맛이 더해지게 된다.

이 집의 간판인 평양냉면 등장.
국물맛과 면, 고명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보통 냉면집에서는 공식처럼 겨자와 식초를 넣어 먹게 되는데 내 개인적으로는 이 냉면은 그냥 먹는 게 가장 맛있게 느껴졌다. 메밀면의 까칠하면서도 툭툭 끊어지는 투박하고 구수한 맛과 이를 뒷받침해 주는 시원한 육수가 겨자와 식초같이 자극적인 양념에 가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행여 면의 맛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모쪼록 가위로 냉면을 두 번 세 번 자르고 겨자와 식초, 설탕까지 듬뿍 쳐서 세월아 네월아 한참 동안 먹는 습관이 없는지 한 번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입맛이야 개인의 취향이자 기호라 남이 뭐라 할 문제는 아니겠지만 본인은 면을 가위로 자르지 않고 먹어야 건강에도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고, 면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자체가 정성스레 만든 맛 있는 면 요리라면 추가적인 양념은 본 맛을 변질시킬 수 있으며, 면 자체가 가진 담백한 맛을 느끼지 못하도록 감각을 마비시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냉면같이 가는 국수류는 빠른 속도로 불기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몇 가닥씩 먹게 되면 씹히는 맛이 전혀 없어지게 된다.
간혹가다 냉면을 가위로 난도질을 한 다음에 겨자, 식초, 설탕 삼총사를 아낌없이 집어 넣고 짤막한 토막 면들을 젓가락으로 들어다 숟가락에 얹어서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정말 말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어쨌든 평양면옥의 냉면은 지존급임에 틀림없다. 이 집의 고질적인 단점은 몰려드는 손님들로 인한 비좁음, 세세한 친절을 바라기 힘든 분주함, 꽤 비싼 가격 등을 들 수 있고, 이런 점들 때문에 서비스에 민감한 아주머니들이 옥신각신 언성을 높이며 종업원들에게 성질을 부리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는데 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로지 '맛' 하나 때문에 모든 걸 감수하고 묵묵히 먹고 나올 수 있는 몇 안되는 식당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