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데에 가면 그야말로 정해진 값에 원 없이 참치를 맛볼 수 있지만 이상한 곳에 가면 회덮밥용으로나 쓸만한 싸구려만 몇 점 집어 먹다가 그냥 젓가락을 포기하고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4년여 전에 15,000원으로 시작한 이런 유형의 참치집들이 부침을 거듭하면서 최근에는 다양한 가격대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데 솔직히 15,000원으로 그럭저럭 만족할만한 곳은 이제 없는 것 같고 최소한 20,000원이나 25,000원 정도에서야 싼 부위나마 맛있는 곳을 몇 군데 먹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참치는 비쌀수록 맛있는 것만큼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일 듯.)
헌데 2호선 서울대입구역 근방에 가격에 비해 다양한 참치부위를 내어주고 중간 이후로도 새치살이 아닌 처음 내줬던 부위들을 계속 제공한다는 참치집이 있다 하여 찾아 보았다.
상호는 '기꾸참치'. 위치는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로 나와 100미터 정도 가다 약국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간판이 보인다.
가격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맛과 서비스였지만, 기대를 많이 하고 간 탓인지 아쉬운 점이 크게 느껴졌다. 일단 사진을 몇 장 보면서 무엇이 아쉬운 지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처음에 나오는 채소샐러드. 상큼하고 좋은 맛이었다.

참치죽, 아주 간단하게 속을 채워주고.

새송이버섯 구이. 뭐 특별한 맛은 아니다. 생각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횟집에 가서 안먹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마요네즈옥수수는 안나온다. 행여 다른 날 가면 나올지도. 개인적으로 난 먹어도 그만 안먹어도 그만인 음식이지만.

드디어 참치 등장. 특이한 것은 여느집들처럼 무우채를 깔고 그 위에 참치회를 주는 게 아니라 냉동실에 보관한 옥돌을 꺼내 그 위에 회를 얹어 준다. 차가운 돌이라 회가 미지근해지는 걸 방지해주지만 시각적으로는 무우채가 더 나아보인다는 생각.

간재미 찜. 고기가 작아서 깊은 맛은 나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계란찜. 일식과는 거리가 먼 정통 포장마차 스타일이다.

연어도 있다. 생물이라고 하는데 에이~ 훈제가 아닌 거지 생물은 아니라고 봐야겠지유. 알래스카나 노르웨이에서 얼리지 않고 어떻게 우리나라까지?

초밥을 두 개씩 만들어 준다. 밥 짓는 솜씨는 일반적인 뷔페레스토랑의 초밥뷔페보단 한 수 위다.

이제부터 아쉬운 점에 대해 얘기해보자.
솔직히 1인당 2만5천원의 가격에 이만큼 다양한 부위를 정성껏 내어주는 집은 흔치않다고 본다. 그러므로 종류와 서비스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매기고 싶지만 문제는 해동이다. 참치는 칼 다루는 솜씨도 중요하지만 해동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이다. 이른바 역삼동이나 무교동 등의 고급일식집에서의 참치가 맛있게 느껴지는 건 같은 부위라도 조리사들이 해동을 잘 하기 때문이다.
참치를 해동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농도와 온도를 갖춘 소금물과 깨끗한 수건 온도가 잘 맞는 냉장고 등이 필요한데 오랫동안 참치를 다뤄야만 깨달을 수 있는 높은 수준의 테크닉인 것이다.

기꾸참치의 참치들은 해동이 다 되지 않은 상태, 즉 입에 넣고 씹었을 때 설컹거리는 느낌이 많이 나는 상태로 내어진다. 항간에는 참치는 원래 설컹설컹거리는 걸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숙련된 참치해동 전문가가 해동시킨 참치는 마치 얼리는 과정을 생략한 것처럼 살아있던 참치를 바로 회로 먹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하는 것이다.
다양한 부위를 맛본다는 데에는 하등에 불만이 없지만 조금만 더 신경 써서 해동을 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조리사 옆에는 바로 냉동 참치를 담아두는 대형 냉동고가 있는데 언뜻 보아하니 여기서 꺼내 잠시 상온에 둔 뒤 썰어내는 것 같았다. 정석대로라면 소금물과 냉장고가 주위에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각국의 화폐가 걸려있다. 손 대면 나꿔챌 수 있는 곳에 뒀는데 그러다 물 안좋은 손님 들어와서 진상 부리면 얼마나 성가실까 하는 생각이... 그래서인지 종업원은 한 인상 하는 유도부 스타일의 사내를 두고 있다.

아니 이럴수가!! 비록 한 조각이지만 타다키가 다 나온다. 타다키는 새치나 다랑어를 여러 개의 꼬챙이를 동시에 사용해 숯불에 구워서 속은 레어 상태로 만든 뒤 양념장을 뿌려 먹는 일본의 고급요리인데 여기서 다 만나본다.

부위는 잘 모르겠고 다랑어의 어디어디 살인데 기름이 풍부해서 무척이나 고급스런 맛이었다.

아마도 껍질쪽 살인 듯. 씹는 맛이 좋았다. 이렇게 지방이 많은 부위는 약간 얼린 듯 한 상태가 오히려 좋다.

사진에 안나온 것까지 따지면 대략 5~6종의 사이드요리와 10종 이상의 참치부위를 맛본 것 같다.
마지막까지 이렇게 질 떨어지지 않는 참치부위를 내어주는 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 같다.
가격대비 서비스는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전체적으로 기분 좋게 참치회를 즐길 수 있는 집이었다. 해동에만 조금 더 신경을 써준다면 무제한 참치집으로는 최상급이 되지않을까 한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