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로 계산하는 것도 뭐 그럭저럭 이해는 하겠는데 가격을 보면 가게 모양새에 비해 조금 비싸단 느낌이 든다.

곁들여 나오는 것은 저가형 김치와 다시다 육수 한 공기.

이게 받아든 직후의 비빔냉면이다. 왜 표정이 굳어졌냐면.

나는 정말이지 면을 가위로 잘라먹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면이 질기다 하더라도 이를 사용해서 끊어먹지 손가락 길이로 잘려진 면을 씹는 건 국수를 먹는 즐거움이 거의 모두 사라지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취향의 차이야 저마다 있기 때문에 면을 가위로 잘라 먹는 사람들에게 뭐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내가 먹는 면만큼은 가위를 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헌데 이 집에선 아주머니가 왼손으로 완성된 그릇을 들자마자 오른손으로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가위질을 해대는 것이다. 것도 한 번이라면 그나마 이해를 하겠는데 가로 세로로 완전히 면의 맥을 끊어놓았다.
이 뜨억스런 장면을 처음부터 봤더라면 화들짝 놀라 제지를 했겠지만 내 시야에 들어온 순간 이미 가위는 면을 자르고 있었던 것이다. 전에도 다른 곳에서 이런 경험이 있어서 "전 가위로 자르는 걸 안좋아하는데 이렇게 갖다 주시면 어떡합니까?"라고 항의했더니 서빙을 보는 아주머니는 "그럼 미리 얘길 했어야지!"라는 난감한 대답을 한 적이 있었다.
대체 냉면을 주문하면서 "가위로 자르지 말고 갖다주시오"라고 얘기를 해야 할 정도로 냉면이라는 게 반드시 가위질을 해야만 하는 음식인가? 그럼 아예 초기단계에 마카로니처럼 짤막짤막한 국수를 사용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그래야 공정도 줄어들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지 않겠는가?
KBS의 '누들로드'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국수의 긴 모양에는 나름 오랜 세월동안 흘러내려온 철학이 담겨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단순히 "많은 손님들이 하도 자꾸 잘라달라고 하니까"라는 이유로 아무런 확인과정 없이 무조건 면에 가위질을 하는 모습 속에서 과연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선불을 내고도 내 의사에는 완전히 반(反)하는 비빔냉면을 받아 들게 되었으니 맛이 있을리가 만무했다. 그저그런 김밥헤븐식 비빔냉면 정도는 됐지만 젓가락을 사발 높이 이상으로 들기 바쁘게 짤막하게 끊겨져 딸려 나오는 공장냉면을 먹는 내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링크(쭝앙찌라시지만...) [지평선]국수예찬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