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이유를 들어보면 좀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예컨데, "대기업 PC가 조립 PC보다 좋잖아요"라는 논리가 그것이다. 일순 맞게 생각되는 명제이긴 하지만 그 근거를 되물어 보면 막연하게 "대기업 PC니까요"라는 대답 이상 신통한 얘기를 듣기는 어려울 때가 많다. 내가 몇 대의 대기업 PC를 분해해 본 경험을 떠올려 보면 그렇게 좋은 부품이 들어가 있는 경우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 물론 대기업의 웍스테이션과 서버 제품들을 보면 대개 좋은 부품들로 만들어져 있다. 내가 얘기하는 건 엔드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리테일 제품들의 경우이다.
그리고 대기업 PC에 대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선호사유는 애프터 서비스이다. 일단 대기업 PC는 쓰다가 뭔가 자기가 몰라도 전화를 걸 곳이 있고 받아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좋다는 것이다.
나는 이른바 이 대기업 PC의 AS라는 것에 대해 그리 좋은 느낌을 갖고 있진 않지만 어쨌든 PC를 사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선택요소가 된다는 것은 부동의 사실이라 할 수 있겠다.
요즘 들어 자전거를 타려는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자전거 구입처에 대한 의견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25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OOOO라는 자전거가 있는데 인터넷에선 20만원이면 살 수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바로 탈 수 있는 상태로 받을 수 있고 인터넷 구매는 자기가 일정부분을 직접 조립해야 한다. 매장에서는 쓰다가 브레이크나 변속기 문제가 생기면 달려가 바로 조처를 받을 수 있는데 인터넷은 별도로 돈을 내야 하던가 아예 손을 안 대준다." 식의 얘기가 그것이다.
생각해보면 조립PC 논쟁과 거의 딱 들어맞는 논리이다. 무엇인가 값이 싸다는 건 그만큼 지불해야 하는 댓가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10년이 훨씬 넘게 직접 부품을 개별적으로 구입해 컴퓨터를 완성시켜 쓰고 있는 내 입장에선 대기업 PC에 별 환상이 없듯이 동일한 메이커의 자전거라면 인터넷에서 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 타던 자전거보다 최근의 자전거가 복잡해졌다고는 하지만 앉아서 한 30분 정도만 들여다보면 그 메커니즘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님을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깨닫게 될 것이다.
자전거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데에는 그렇게 거창한 공구가 필요하지 않다. 대충 육각렌치와 스크류드라이버 정도만 있어도 간단한 정비에는 충분한 해체와 조립이 가능하다. 그리고 몇천원 하는 미니펌프 하나만 있으면 타이어 바람이 빠져도 문제가 없다. 펑크가 나도 플라스틱 조각 두어개면 튜브를 빼내고 패치로 때울 수 있다.
물론 이게 말처럼 쉬운 얘기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컴퓨터도 제어판 설정만 잠깐 바꾸면 되는 것 가지고 AS기사를 부르고 윈도우를 다시 깔고 난리 법석을 피우게 되는 것처럼, 자전거도 기계적 호기심이 없는 사람에겐 절대 손댈 수 없는 영역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샵에서 샀다 하더라도 자전거란 물건은 일주일 정도만 지나도 자연히 바퀴에 바람이 빠지기 마련이고, 케이블의 장력변화에 의해 변속기는 틀려지게 되며 주행 중 스트레스에 의해 체인이 빠지거나 브레이크 패드는 마모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샵에서는 평생 이런 자잘한 수리를 무상으로 해주지 않는다.
기왕 구입한 자전거라면 간단한 트러블은 자신이 직접 해결해보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PC를 직접 만들어 쓰면 불필요한 지출이 없어지게 되는 것처럼 자전거도 간단한 정비를 직접 하게 되면 큰 고장이 아닌 이상 샵에서 멀쩡한 부품의 교체비용을 주구장창 지불하는 일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런 것도 자전거를 타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의 한 부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