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오오에도 온천'이라 불리우는 오다이바의 명물 '오오에도 온센 모노가타리'.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곳은 진짜 온천은 아니고 커다랗게 지은 대형 목욕탕이라 생각하면 된다. 에도(江戶)는 도쿄의 옛 지명이므로 '大江戶溫川物語'라고 하면 '대 에도 시절의 온천 이야기' 정도의 의미로, 옛날의 온천탕을 재현해 본 테마파크형 목욕탕이라고 해석하면 된다.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되지만, 다 쓰기엔 긴 관계로 오오에도온센으로 표기.)
오오에도온센은 일본, 그것도 도쿄라는 곳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큰 대형 목욕탕으로 안에 다양하게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놀이공원으로 보는 게 타당할 정도이다. 그냥 목욕만 하고 잠만 자는 정도가 아니라 종류별로 음식도 많고 옛날식 놀이도 즐길 수 있어 가족들이나 친구들끼리 오랜 시간 머무르면서 피로를 풀면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오오에도온센의 입구. 오다이바에서 유리카모메센을 타고 텔레콤센터에 내리면 금방 찾아갈 수 있다. 건물의 모습 역시 18세기 에도시대의 건축에서 따왔다. 계획도시인 오다이바라 가능할 규모이다.

한 겨울에 찾아갔지만 내부에는 봄을 상징하는 벚꽃이 조화로나마 가득해 화사했다.

평상시에는 테마파크처럼 줄을 길게 서 있음을 알게 해주는 대기열 정리선. 보통 한국인 올빼미 관광객들은 늦은 시간에 많이 오므로 우리가 간 시간에는 그리 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았다. 실내에도 거의 한국인들이 1/3은 되어 보일 정도. 여기저기서 들리는 모국어가 정겹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유카타를 고르고 뭐 그런 과정이 있긴 하지만 친절하게 잘 안내해줘서 매끄럽게 입장할 수 있었다.

내부에는 이렇게 18세기의 번화한 에도 상점가의 모습을 재현해 놨다. 욕탕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구경하고 먹을 곳들이 참으로 다양하다.

여러 종류의 식당들이 모여있는 푸드 코트에는 한국음식관도 있는데 가격은 상당히 센 편이었다.

떡라면에 한국 소주, 막걸리도 있는데 가격을 보면 살떨리는 수준. 소주 한 병이 980엔이니 당시 환율로도 1만원에 육박! 지금 가서 먹는다면 1만6천원짜리 소주가 되는데 맨정신에는 도저히 구입 불가한 가격이다.

이곳까지 와서 고추장과 된장을 사 먹으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진 모르지만 어쨌든 판다.

마치 벚꽃축제가 벌어지는 봄날의 저녁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

다양한 음식들이 있는 푸드코트에서는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고 RF칩이 박힌 팔찌로 결제한 다음에 퇴장 시 계산을 일괄처리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주문한 음식이 완성되면 호출기로 알려준다.

우리는 메밀국수를 일단 주문.

모양은 잘 갖춰진 자루소바이지만 아무래도 직접 뽑는 생면이 아니라 건조면을 쓰기 때문에 가격에 비해서 그리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다.

쯔유국물에 담궈 후루룩후루룩 쩝쩝~ 에도시대에 메밀국수가 대대적인 부흥을 이루었다는 역사적 배경을 떠올리며 나름 맛있게 먹었다.

뱃속에 돼지가 들었나, 라멘도 한 그릇 추가. 차슈와 고명을 보면 알듯이 그리 강한 인상의 라멘은 아니었지만 목욕을 하고 나와 먹는 라멘은 꽤나 낭만적이었다는.

밖에는 노천탕도 있었는데 조명이 운치 있게 빛나고 있었다.

여기에선 어지간히 돈이 없으면 먹을 수 없는 수출용 소주. 한 잔에 400엔 한 병에 2,730엔이다. 지금 환율로는 소주 한 잔 주문하고 6천원 내야 하고, 한 병 마시고 5만원 돈 계산해야 한다.

삼국지의 장비와 비슷하게 생긴 조형물.

2층의 난간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제법 볼만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기서 숙식을 해결하고 새벽 비행기를 타기 위해 하네다공항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비용까지 1만2천엔 정도가 소요되어 여행경비의 상당량을 차지했기 때문에 '헝그리한 배낭여행'이란 타이틀엔 썩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재미 있으면서 나름 인상적이었던 오오에도온센에서의 하룻밤이었지만 내 일생에 여길 또 다시 갈 일이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오오에도온센에서의 추억을 마지막으로 08년에 떠났던 도쿄여행기는 마무리 된다. 며칠 뒤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장소들을 찾아 도쿄로 떠날 예정인데, 작년 같은 밤도깨비 올빼미 관광이 아니라 정상적인 스케줄로 가는 것이라 이 때와는 또 다른 추억을 가져올 것 같다.
여행은 조금은 힘들어야 돌이켜 보면 더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20대도 소화하기 벅찰 정도로 빽빽한 일정을 아무런 불평 없이 강행군을 함께 한 와이푸에게 새삼 고맙다는 얘길 하고 싶어진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