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추억이 있다. 어린 시절 겪어왔던 수 많은 일들. 좋은 기억도 있고 나쁜 기억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즐거웠던 일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기분 좋게 돌이켜 보며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도쿄의 오다이바에 있는 덱스도쿄비치란 대형 쇼핑타운에는 이런 옛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상점가가 있다. '다이바잇쵸메 상점가'라는 타이틀로 꾸며놓은 이 공간에는 60~70년대의 옛날 일본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는데 당시의 우리나라 모습과도 비슷한 면이 많아 오랜만에 타임머신을 타고 간 듯 옛 생각들이 모락모락 피어나던 시간이었다.
다이바잇쵸메(물론 가상의 지명) 상점가의 간판이 네온사인이 없었던 시절 백열전구에 색을 입혀 장식했던 그 모습 그대로 관광객들을 반기고 있다.

유치해 보일지 모르지만 당시로서는 굉장히 화려했던 번화가의 모습.

엘비스 프레슬리의 헤어스타일이 대유행하던 시대의 이발관의 모습. 일본 역시 미군정의 아래에 있었으므로 미국을 따라가려 하던 경향이 강했다.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당시 일본에는 이런 맛사지샵도 있었나보다. (실제로도 맛사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빙수가게. 옛날의 빙수는 커다란 얼음덩어리를 올려 놓고 손으로 휠을 돌려 서걱서걱 깎아내는 스타일이었는데 요즘의 빙수는 얼음을 잘게 부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맛의 차이가 무척 크다. 물론 난 옛날 방식이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잡화용품 가게.

옛날 전철역을 묘사한 쇼와(히로히토가 왜왕이었던 시절의 연호)역.

요즘은 '바'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생겼는데 70년대에는 상당히 럭셔리한 음주공간이었다. 다이바 하이볼이라는 가게 이름과 글꼴이 재미 있다.

과학의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SF가 상상의 나래를 무럭무럭 펼쳐나가게 했던 시절이 있었다.

손으로 그려주는 초상화는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 없는 풍경. 하지만 그레타 가르보처럼 보이는 서양 여인을 제외하면 인물들은 모두 현대인인 것 같다. 기무라 타쿠야와 니콜라스 케이지, 포레스트 휘태커, 조니 뎁 등이 보인다.

70년대 우리나라의 동네 풍경과도 너무나 닮은 일본의 모습. 왠지 서글퍼지는 모습이었다. 치욕의 역사가 없었더라면 과연 그 당시 두 나라의 모습은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내부 시설은 상당히 현대적인 문화식당. 여긴 옛날 모습 재현보다는 매출에 전력을 다하는 곳인 듯.

잇쵸메 학원의 카페테리아. 대학식당의 개념인데 분홍색 간판과 종이꽃이 촌스러우면서도 잘 어울린다.

기타노 빵집. 대형자본에 거의 다 함락당한 요즘의 빵집들에 비해 이 시절이 그리운 건 왜일까.

내가 어렸을 때도 저런 장난감이 있었는데 일단 상당한 부자집이 아닌 이상 엄두를 내기 힘든 장난감이었다. 게다짝만 없으면 우리나라 옛날 집의 모습이라 해도 그대로 통하지 않을까.

어린 시절 마포에 있던 우리 집이 떠오른다. 할아버지께서 일본에 계셨기 때문에 우리집에도 일본에서 온 가재도구들이 꽤 많았었다.

발로 돌리는 재봉틀은 70년대 우리나라의 가정에도 꽤 많이 있었고 어머니께선 솜씨 좋게 우리 남매들의 옷을 저것으로 척척 만들어 입혀주시기도 했었다.

쌩뚱맞지만 역시 매출에만 전념하는 어느 초밥집에서는 이런 탈과거적인 모형도 만들어 두시고.

장신구를 파는 가게와 포목점, 중화요리집 간판은 옛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다이바잇쵸메 상점가는 추억의 유년시절로 잠시나마 돌아간 기분을 느끼게 한 공간이었다. 요즘의 어린이들이 성인이 된다면 그들의 기억 속의 추억은 과연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파리바게뜨와 맥도널드, 아웃백과 CGV, 닌텐도 DSL이 그들에겐 과거의 향수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우리는 마지막의 추억을 선물받은 세대일런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