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등반(?)을 한 날엔 이것저것 많이 꼬이는 일정이 되어버렸는데, 당초 예정으로는 마천동 방면의 숨겨진 맛집을 가려했지만 비도 오는 와중에 자전거를 타고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전혀 아니라 그냥 복정역 쪽을 지나오다 본 포장마차에 가기로 했다.
자전거도로에서 복정역으로 올라오다보면 허름한 포차집이 두 군데 있는데 보아하니 이 곳을 지나다니는 자전거족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 집으로 보였다. 앉아 있다보니 단골들도 꽤 드나들고 비가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자주 들락거렸다.
서비스로 준 삶은 계란. 뭔가 요란하게 설명을 하는데 먹어보니 그냥 삶은 계란이었다. 일하는 아주머니가 3분이셨는데 서빙을 담당하는 아주머니가 말이 참 많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채 1분도 필요하지 않았다.

김치. 맛은 평범하지만 사실 포차에서 평범한 김치를 만나는 게 은근히 쉬운 일이 아니다.

비오는 날 흐르는 탄천을 바라보며 김치 한 쪽과 막걸리 한 모금을 마시다보니... 이런! 완전 노인네 다 됐잖아!!

주문한 해물파전 등장. 우려와 다르게 꽤 먹음직한 파전이 나왔다. 사실 속으로는 이거 폭탄 맞는 거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반가운 모습.

오징어 쪼가리 몇 개 넣고 땡이면 어쩌나 했는데 나름 칵테일 새우에 느타리 버섯도 들어간, 포장마차 파전으로는 매우 훌륭했다는.

아니나 다를까 말 많은 서빙 아주머니가 거의 강매하다시피 국수를 꼭 먹어야 한다면서 내놓은 일명 '예술국수'. 걍 오뎅국물에 느타리버섯 몇 가닥 넣은 것인데 대체 어디서 어떤 예술의 향기를 느껴야 될 지 심하게 고민스러웠다.
아주머니의 자화자찬으로는 성남시장도 여기와서 이 국수를 먹는다고 하는데, 지자체 시장이 무허가 점포에서 공무원들과 국수를 먹고 있는 모습이 선뜻 상상이 잘 안된다.

비는 계속 추륵추륵 내리는 와중에 아예 죽치게 되면서 추가로 주문한 두부김치. 두부 맛도 좋고 채소들도 괜찮은 편이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어쩌다 계획에도 없이 복정역 포장마차에서 무려 3시간이나 앉아 있게 되었는데 음식 맛은 전반적으로 괜찮은 편이지만(포장마차 중에서는) 별로 다시 가고 싶지는 않은 곳이다. 영업방식인지 천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머니가 너무나 얘기를 많이 걸어서 음식 먹는 데 상당히 부담이 되었기 때문.
개중에는 조금 성적인 농담도 섞여 있어서 억지로 웃는 시늉을 하기도 힘든 내용도 있었는데, 만일 내가 여자 손님이고 아주머니가 남자 쥔장이었다면 성추행으로 신고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아저씨들 중에는 저런 농담 주고 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 보다 하는 생각을 하며 나왔다.
음식은 나쁘지 않은데 분위기는 좀 내 체질과는 잘 맞지 않는 음식점이었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