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그 아파트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서울 한 복판 안에서 자연의 혜택을 엄청나게 많이 받은 곳이었던 것 같다. 여름방학이면 매일마다 산에 올라 동네 아이들과 오만가지 놀이를 다 하느라 질리지도 않았고, 10원 한 푼 없어도 언제나 산에는 온갖 나무열매와 약수터의 맑은 물이 있어 풍족하게 놀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워낙에 오래된 건물이고 도시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작년에 철거되었다고 하는데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 사라졌다하니 아쉬움은 있지만 결과적으론 잘 된 것이 아닐까 한다.(청와대가 1km도 안떨어져 있음을 감안하면)

대략 학교를 가기 위해 매일 지나다니던 길 옆의 작은 숲이다. 봄이 되면 아카시아 꽃 향기가 진하게 났고 하교해서 돌아오는 길엔 동네 친구와 아카시아 꽃을 따 꿀을 열심히 빨아 먹던 곳이기도 하다.

이 옆은 상당한 비탈길인데 겨울에 눈이 오면 썰매장으로 변하는 곳이었다. 직접 만든 나무썰매로 아이들과 신나게 내려가던 그 때가 생각난다.

이 길이 있는 위치 쯤에 내가 살던 아파트 동이 있었던 것 같다. 참 좋은 자연환경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심은지 얼마 안되는 나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조금 더 세월이 지나면 서울의 명소 중 하나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 생각한다. 몇 년 뒤 다시 찾아오면 그 땐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궁금하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