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살아오다 보면서 허장성세를 심하게 부리는 사람들을 몇몇 봤다. 그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인맥에 대한 자랑이었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고 별로 관심도 없는 일인데 일 얘기를 하다가, 또는 잡담을 하다가 심심하면 툭툭 "내 친구의 동서가 큰 빌딩을 갖고 있는데" 또는 "우리 큰아버지의 친구분이 어디서 판사로 계신데" 하는 식이다.

이게 더 발전되면 이제 '내 친구 매형의 동창'도 나오고 '처갓집 동네 아주머니의 사돈댁'도 나오게 된다. 허장성세를 부리는 사람들은 "난 그런 빽이 있어~" 이러면서 전혀 엉뚱한 자리에서 본인만의 특권이나 우선권을 당연하게 요구한다.

그런 허풍쟁이도 우스운 데, 더 우스운 것은 그런 사람을 알고 난 다음에 또 자신이 대단한 빽을 가지게 된 것인양 "있잖아, 며칠 전에 사귀게 된 사람인데 글쎄 그 사람 친구 동서가 강남에 엄청 큰 빌딩을 몇 채씩 갖고 있다고 하더라구"하며 여기저기 떠벌리기 시작하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허장성세가 정말 별 거 아니라는 건 간단한 수학으로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


예컨데 A라는 사람이 100명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다고 치자.
실제로 사람은 기본교육만 받는다 치더라도 교육과정 중 수천에 가까운 사람들과 같은 반, 또는 같은 학교를 나오고 또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수많은 사람들과 접하게 되니 이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겠지만, 빡빡하게 범위를 좁히기 위해 딱 100명만 안다고 해보자,

A가 아는 100명을 A-00, A-01,...,A-99라고 하고 각각의 A-n은 또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 자신이 아는 사람 100명이 있다고 하자. 그럼 A라는 사람이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은 A-n-00, A-n-01, A-n-02,...,A-n-99 식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수는 100에 100을 곱한 수인 10,000명이 된다. 같은 조건이 유지된다고 할 때 A가 두 다리 건너 알고 있는 사람은 100의 3승인 1,000,00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제 이 식은 100의 n승의 지수함수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A가 세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은 1억명이 된다.
"내 친구 동창 아무개의 친척"은 별 의미 없는 인간관계 1억명 중 하나란 얘기이다.

물론 어느 사람이 직접 알고 있는 사람 숫자는 100명보단 훨씬 많을 것이고, 또 지역적 한계와 개개인의 성장과정에 따른 교집합이 겹치는 수도 있어 모든 인간관계가 이렇게 간단한 식으로 정리되진 않겠지만, 어쨌든 몇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은 지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위의 식으로만 봤을 때 A씨의 네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은 100억명으로 전 지구인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수십억이 남게 된다.

생각해 보면 나도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 중에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전직 대통령이 3명이 있고, 이들을 통해 두 다리로 건너가면 전 세계 각국 지도자가 "내 친구 아빠가 직접 만나 얘기한 사람"식의 관계가 되어 버린다. 허장성세가 강한 사람과 나와의 차이는 그것이 무슨 대단한 일인 양 어디 가서 유세를 떤다는 것이냐 별 의미 없는 숫자놀음이라고 생각하는 차이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회는 인맥이 무척이나 큰 재산이다. 무슨 일을 하던지 간에 인맥을 잘 닦아놓고 활용하면 성공을 할 확률이 대단히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내 생각으론 이런 인맥은 1단계의 인간관계로만 생각해야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자신의 인맥으로 착각해서는 상당히 곤란하다는 것이다.

일단 이렇게 산수적으로도 아무 의미도 없는 관계가 되어버리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겪다보면 별로 1단계의 인간관계도 맺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잘 나가느냐 보다는 일단 나 자신이 주위에 직접 아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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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rky

2007/05/08 17:23 2007/05/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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