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도 약간 더 영금정에 가까운 쪽 일반 건물로 옮겼고 규모도 꽤 커져 있었다.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는 그대로라 안심하고 들어갔다.
당초 목적은 제철이 다가왔다 하는 닭새우를 맛보기 위함이었는데 막상 현지에 가보니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여 먹던대로 모둠구이를 주문했다. 정상적인 가격이면 더 푸짐하게 나오는데 이미 배가 부른 상태이므로 절반어치만 팔아달라고 부탁.

이렇게 지번도 있는 일반건물로 바뀌었는데 포장마차를 고수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포장마차'라는 단어는 본 의미는 이제 사라져 버리고 '허름한 인테리어에 간단한 안주를 만들어 주류를 판매하는 은근히 비싼 술집'이라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소영이네 포장마차 시절에도 닭발은 안먹어봤고 정아네로 바뀐 현재로서도 별로 닭발을 사먹게 될 것 같진 않다. 원래가 전문점에 가면 그 곳의 전문메뉴 위주로 취식한다가 내 원칙인데 여기서만큼은 원칙을 지키기가 어렵다. 닭발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멀리 속초까지 가서 고추장 양념에 버무린 닭발을 주문할 만큼 닭발이 뭔가 큰 가치가 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은 안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속초 현지인을 주로 상대하는 집이라 그런지 생선구이보단 닭발을 간판에 내거나본데 이들이 서울에 와서 딱 1개월만 서울의 생선과 닭발을 번갈아 먹게 된다면 속초로 돌아가 정아네에서 다시는 닭발을 시키진 않으리라고 본다. (닭발을 정말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껜 죄송합니다)

구이의 시간.
타이거 새우일줄 알았는데 그나마 양식대하로 추정. 이면수 한 마리에 청어 한 마리, 갈치 몸통 한 토막, 꽁치 한 마리가 조개탄 불 위로 몸소 누우셨다.
이 집의 구이맛이 좋은 건 가스불에서는 절대로 날 수 없고, 연탄불과는 또 다른 조개탄의 독특한 훈향이 있기 때문인데 화덕이 일단 넉넉해서 올라온 생선 전체에 원적외선이 골고루 방사되고 생선에서 떨어진 기름이 조개탄 위에서 타올라가면서 그 향이 다시 생선에 배어 다른 곳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이 난다.
물론 구이 솜씨가 좋고 생선 자체의 신선도가 좋음은 두 말할 나위 없는 일.

골고루 잘 익은 생선구이 한 접시.
이면수는 피데기(반쯤 건조시킨 상태)라 싱싱한 맛보다는 잘 농축된 아미노산의 맛이 났고, 갈치도 역시 최상품은 아닌 관계로 살이 찰지진 않았다. 새우는 아무래도 제철이 아닌 관계로 상징적인 의미만. (물론 맛이 없다라는 얘기가 아님)
이 날의 으뜸은 단연 청어. 서울에서는 싼 생선이지만 역시 산지에서는 싼 생선들이 괴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은데 청어가 그 케이스였다. 부드럽고 진한 감칠맛에 짝짝 달라붙는 감촉이 일품 중 일품. 그리고 꽁치 역시 웬만한 일식집보다 훠얼씬 나은 맛을 보여주었다.
정신없이 먹다보니 어느덧 뼈대들만 남았다. 다음에 또 왔을 때에도 변함없이 싼 값에 좋은 맛을 제공해 주길 바라며 서울로 올라왔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