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하면 떠오르는 것이 일단 '호두과자'이다. 그리고 좀 더 생각을 해보니 학창시절 단국대 천안캠퍼스나 상명여대(요즘은 상명대) 천안캠퍼스로 통학하던 친구들의 부지런함이었던 것 같다. 결론은 천안에 대해선 잘 모른다는 것이다.

어쩌다보니 천안에 가게 되었는데 뭔가 맛있는 음식점이 없을까 찾아보았더니 민요로 유명한 천안삼거리에 100년도 넘은 주막이 몇 군데 있더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들르기로 결정!


이제는 신도로가 뚫려 교통량도 행인도 한산한 천안삼거리. 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니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공원 입구에 주막 몇 군데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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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이 오래된 주막들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중이라 한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이 '능수옛주막' 만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천안삼거리는 능수라는 이름의 기생에서 유래한 능수버들로 유명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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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옥 자체는 100년이 넘은 집이 맞지만 현재 주인이 영업을 하기는 20년이 지났다 한다. 사실 20년만 하더라도 꽤 오랜시간 장사를 해온 집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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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치 있게 걸려 있는 주막의 조명등. 꼭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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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물건으로 보이진 않지만 토테미즘스러운 마당 장식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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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로 들어오는 길엔 기왓장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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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운치 있는 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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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냉장고와 오래된 문갑장이 이채로운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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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넘은 방 안에 들어가니 천안삼거리를 지나다 목을 축이러 들른 과객이 된 것만 같은 착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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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논어의 한 구절을 벽에 낙서했다. 한자로 안 쓰고(또는 못 쓰고) 한글로 썼지만 조잡한 내용의 호프집 낙서들 보다는 훨씬 풍류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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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주를 주문했다. 당초 예상으로는 그저 평범한 탁주류가 나오려니 생각했었는데 담긴 병 자체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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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 용량 자체도 무시못할 수준이었는데 주둥이까지 꽉 차게 눌러 담아 내어주는 인심에 다시금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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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이 맑은 동동주의 흘러내림을 보라! 서울에서 동동주라고 파는 술들 중 족히 95%는 죄다 막걸리를 속여 파는 가짜들인데 이 집 동동주는 진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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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백 번 씻어서 곡물의 순 전분만으로 정성껏 빚는 동동주는 이렇듯 투명도가 높으며 순하며 깊은 맛을 낸다. 독한 알콜의 거북한 향이 나지 않아 여성들도 쉽게 마실 수 있는데 취기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올라, 멋 모르고 많이 마셨다가는 천지가 테크노댄스를 추는 환상을 체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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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로 주문한 해물파전. 오징어 정도로 소박하게 부친 파전인데 더 이상 찰떡궁합이 아닐 수 없을만큼 주막의 분위기와 동동주의 맛과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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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듬뿍! 오징어도 듬뿍! 가격은 낮은! 아주 착한 해물파전.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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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맛이지만 고소하고 소화도 잘 되는 도토리묵도 잘 맞는 음식이었다. 역시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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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수옛주막은 애초에 그 오래됨에 흥미를 가지고 방문한 집이었는데 음식의 맛이나 동동주의 맛 모두 기대 이상의 훌륭한 맛집이었다. 다음에는 일부러라도 찾아가고 싶은 음식점이었다. 듣자하니 닭백숙 같은 식사 요리도 맛이 괜찮다고 하니 시간을 넉넉히 잡고 다시금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쪼록 더욱 오랜 세월을 천안삼거리의 명물로 이어져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찾아가는 길 : 천안에서 천안삼거리 공원을 찾은 뒤 바로 정문 맞은 편으로 가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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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rky

2008/09/06 14:13 2008/09/0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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