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보니 이 순두부집도 꽤 오래 전에 가보고 도통 가볼 일이 없게 되었는데, 아침 일찍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들러보기로 했다. 미시령터널을 앞에 두고 대조영 촬영장 유원지 방향으로 가면 학사평 두부마을이 나타나게 된다. (두부 음식점 주인들은 터널을 못마땅하게 여길지도.)
두부마을에는 10여 곳이 넘는 식당들이 저마다 '원조'를 큼지막하게 써 놓고 할머니 사진도 실크스크린 인쇄로 간판에 크게 그려 넣고, 뚱뚱이 아줌마 사진도 있고 심지어는 갓과 도포자락을 걸친 할아버지 사진도 올려 놓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대단히 신뢰성이 떨어지게 느껴진다.
김영애 할머니 순두부는 아예 원조를 넘어서서 '시조'라고 써 놓았으니 거의 박혁거세 레벨의 두부집이 아닐까 한다. (두부집이 더 많아지면 '조물주' 두부집도 등장하려나?) 뭐 원조고 뭐건 간에 두부 맛만 떠올리고 간만에 들어갔다.
아침 8시 무렵인데 순한 순두부로 아침식사를 하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한 상 차림은 이렇게 나오는데 밥과 순두부 그릇 하나씩, 황태포조림, 고추조림, 시금치, 오이무침, 김치, 비지찌개가 올려져 있다. 참으로 소박한 상차림이다. 아침식사로 부담이 없는 구성이지만 가격은 조금 부담이 있다. 1인분에 6천원.
몇년 전에 비해 1천원이 올랐다. (역시 2MB 지지율 빼고는 다 오른다.) 헌데 2인분 상과 3인분 상의 차이는 그냥 밥과 순두부 그릇이 하나씩 더 올라가냐 마느냐일 것 같다.

오이무침. 오이만 싱싱하다면 맛없게 만들기가 오히려 더 힘든 반찬.

황태포 조림은 물엿을 듬뿍 부어 조금 달라붙는 맛이었다.

멸치육수 맛이 강해서 구수한 맛이 극대화된 비지찌개. 3인분 주문한 것에 비하면 바닥에 깔린 게 조금 섭섭한 양이다.

밥은 그냥 대량취사용 전기압력솥으로 지은 평범한 맛. 쩝쩝~~

순두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콩 맛이 진한 좋은 상태였다. 아직도 바닷물을 간수로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살짝 쌉싸름한 뒷맛이 매력. 애시당초 모두부를 만들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간수를 적게 넣어 순두부를 만들어 두부의 엉김이 적고, 그렇기 때문에 입에 넣자마자 스르르 녹아버리는 식감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평가해 보자면 분명 속초에서 떠나며 아침식사로 먹기엔 괜찮은 식당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6천원은 식자재들의 원가에 비한다면 조금 비싸다는 느낌이며, 자리 회전율이 높은 걸 감안하면 마진폭이 너무 높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식당에겐 미안하지만 휴양지 물가를 감안해도 4천원이 적정가로 판단됨.)
뜨내기 손님들이 주를 이루는 이런 휴양지 음식촌에서는 인심이나 정성을 느끼기가 힘들기 마련이다. 뭐, 그래도 그나마 개중에 이곳이 제일 괜찮은 편인 것 같다. 몇 년 뒤에 다시 가봐도 이 정도 음식만 유지해 주길.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