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뛰어난 맛을 선보이는 최고의 맛집이라고 알고 있지만 허걱스러운 가격으로 인해 쉽게 가볼 기회는 없었던 음식점이었다.
헌데 최근들어 우래옥의 빼어난 음식맛에 꽂힌 대홍군의 주도하에 본격적인 휴가시즌이 시작된 이 즈음하여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가보기로 했다.
지하철 2/5호선 을지로4가역 4번출구로 나간 뒤 바로 골목으로 우회전 하면 나타나는 우래옥의 위용. 1946년부터 개업을 하였으니 60년이 넘은 관록을 자랑하는 집이다.

내부를 보면 오래된 전통이 느껴지면서도 차분하고 단아한 분위기이다. 중심가에 있어서 좁고 후락하면 어쩌나 하는 기우가 있었지만 오래된 명가의 기품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뭐 교외에 있는 고급식당이라던가 청담동에 최근 많이 생긴 레스토랑 처럼 바깥 경치가 화려하지도, 내부가 예술적이지도 않지만 강한 신뢰감을 주는 모습들에 음식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만 갔다.

젓가락 포장 하나에도 강한 포스가 느껴진다는. (근데 Woo Lae Oak 보다는 한 단어로 표현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평양냉면 잘 하는 집에서 빠질 수 없는 면수. 물을 한 번 갈았는지 메밀향은 그리 깊진 않았다.

드디어 등장한 물냉면. 우린 메밀 100%로 반죽한 순면을 주문했는데 마침 500원 인상되기 바로 전날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순메밀로는 면을 만들 수 없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은데 조금만 자료를 찾아보면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아래는 그 결과물.

고명에는 오이무침과 무김치, 양지머리 수육 등이 있었다. 들리는 얘기로는 철에 따라 올라오는 고명이 다르다고. 어떨 때에는 배나 꿩고기 완자가 올라온다고 한다.

메밀 100% 면발은 이렇게 연한 아이보리 색을 띈다. 면의 찰기를 살리려면 껍질을 많이 도정해서 전분함량을 높이고 곱게 가루를 내어야 하기 때문에 순 메밀면은 곱고 뽀얀 색깔을 낸다. 태운 보리껍질을 밀가루와 섞어 만든 면을 메밀면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겐 상당히 낯선 면발이다.

국물을 먼저 마셔봤더니 한 모금에 그저 인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하고 묵직한 고기육수의 맛. 서투르게 흉내 낼 수 없는 역사와 전통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어 메밀면과 수육을 함께 입에 넣어 씹어봤더니 '정통'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뭔가 새롭고, 신비하고, 환상적인 맛은 아니다. (이른바 퓨전레스토랑이 헛되이 추구하는) 친숙하지만 잘 맛보기 힘든, 대단히 고집스럽게 만든 명문가의 가정요리를 맛보는 느낌이었다.

오이무침과 함께 씹히는 면발도 훌륭하다. 먹는 내내 "그래, 이런게 진짜 우리 음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정상적으로 시고 달고 맵고 짜고 질긴 그런 음식들이 대단한 별미인 양 판치고 있는 세상에서.

재료들 하나하나 모두 다 가장 좋은 품질의 식자재를 이용하는 것 같았다. 비싼 값을 받는 집이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근거가 있다고 여겨졌다. 생각해보면 5천원에 공장면과 육수를 쓰는 고깃집 냉면과 비교하여 가격은 2배 정도지만 재료와 정성은 한 10배는 차이나지 않겠는가.

정말 오랜만에 좋은 음식을 맛보았다. 우래옥 냉면의 존재감은 그 묵직함에 있지만 오히려 이런 정통성에 익숙치 않은 요즘 손님들에겐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기도 한다. 따라서 우래옥의 평양냉면은 손쉽게 주변 사람들에게 권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지만 화학조미료와 괴상한 '특제소스' 같은 것에 전혀 휘둘리지 않는 사람들에겐 꼭 한 번 맛을 보기를 권하고 싶은 집이었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