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얘기하자면 08년 초복의 다음날인 일요일에 방문하였지만 역시나 사람들이 많이 보양식을 찾는 날이었다. 멍멍탕은 먹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복날만 되면 삼계탕집이 북적이는데, 사실 난 몇 군데 삼계탕집을 가본 뒤로는 밖에서 사먹는 삼계탕이란 음식 자체에 회의를 느끼곤 했다. 밖에서 삼계탕을 먹느니 차라리 할인매장에서 파는 냉동포장된 하림 삼계탕 레토르트팩이 훨씬 낫다.
그래도 일종의 여름의식이다 보니 복날이 되면 거의 해마다 삼계탕집을 가게 되는데, 이번에는 수원에 서식하는 엘디족 군에게 VGA 쿨러를 양도받을 겸 해서 나들이 나간 김에 아주대 인근에 맛있는 삼계탕 집이 있다고 하여 방문하게 되었다. 상호는 '수원 삼계탕'. 위치는 수원지법 맞은편 방면이다.
자그만 상가 건물을 하나 통으로 쓰고 있는데 삼계탕 단일메뉴로는 좀 모험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훌륭하게 성공시키고 있는 집이었다. 비수기를 겨냥하여 소머리국밥도 준비하고 있으며 술손님을 받기 위해 수육 메뉴도 구비해 놓아 안정화가 잘 되어 있는 식당으로 보인다.
아예 복날 시즌을 대비해 놓고 만발의 준비를 해 놓은 것 같았는데,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1분 이내에 모든 음식이 다 나온다. 물론 주문은 머릿수에 맞춘 삼계탕 몇 개 정도의 확인이 전부일 뿐,
유명 삼계탕 집이 다 그렇듯 여기도 인삼주가 나오는데 솔직히 별로 깊은 맛은 아니었다. 그래도 기분이니.
강력히 추측컨데 이건 위의 인삼주 잔에 나온 것과는 다르게 디스플레이적 성격이 강할 것이라고.
직접 담근 것으로 추정되는 오이지는 꽤 먹을만 했다. 너무 짜지 않고 시지도 않으며 담담한 맛. 깍두기 역시 수준급.
뭐 마늘맛 평가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마늘은 좀 아렸다. -_- 김치는 중급.
태어난 지 한 달이 갓 넘으면 삼계탕용 닭으로 도축되는 큰 병아리들. 가축에 대한 연민이 너무 과해도 문제지만 요즘 들어 복날에 살생을 좀 줄일 순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성남의 모란시장에서 끔찍한 광경을 본 게 트라우마가 되어가는 것만 같다.
어린 닭들에겐 미안하지만 이집 삼계탕은 상당히 정석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서울 시내의 유명 삼계탕 집이 국물에 넣는 싸구려 한약재와 찹쌀을 갈아서 걸쭉하게 만든다는 등 변칙적인 제법으로 행세를 하고 있는 것에 반해 닭만 작다 뿐이지 만드는 방법은 평범한 가정에서 만드는 그것과 상당히 닮아 있다. 물론 영계의 육질 또한 쫄깃하고 감칠맛이 잘 도는 좋은 품종이었다.
1년에 한 번 정도 식당에서 사먹는 삼계탕인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약간 더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이제 8월 중순까지는 삼계탕과 보신탕 가게들이 성업할 시기인데 모쪼록 질병 주의보 없이 이번 여름은 온 국민들이 먹고 싶은 음식 기분 좋게 맛나게 먹고 하반기를 향해 열심히들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