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선경기가 아닌 타이틀이 걸린 경기로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첫 A매치인 2010 남아공 월드컵 3차예선 마지막 경기인 북한전.
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이 경기를 동준군이 싸고 질 좋은 티켓을 구해와서 어렵사리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결과는 0:0 무승부. 결과보다 내용에 더 실망스러운 경기가 아닐 수 없었다. 역사적인 경기에 임하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K리그 중하위권에 머물던 허정무 감독 시절의 전남드래곤즈와 비슷하거나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이토록 골이 안들어가고 별로 심한 체력손실이 없는 경기에서도 쥐가 나는 선수들이 속출한다는 건 팀 운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였다고 할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을 구호로 외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음에도 현재 이토록 조롱을 받는 건 상대 정당이 집권하던 시기의 업적 자체를 모두 다 경시하며 결국 10년 전의 구태와 악습만을 되풀이하려는 것에 대한 자조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겠다.
허정무는 왜 지난 7년간 히딩크와 쿠엘류, 본프레레, 베르베크 등 외국인 감독들이 산발적이나마 한국축구에 접목하려 했던 선진축구의 자산들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려 하는 걸까. 아무런 창의적 도전 없이 공격진영에서 공만 받으면 등을 지고 의미 없는 책임전가성 패스를 날려버리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전술이란 도저히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의 수비가 아무리 견고하다 한 들 최종예선과 그것을 통과해야만 갈 수 있는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상대팀들의 수비진에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물론 공격진의 파괴력은 갈수록 거셀 것이고.
이명박이 전 정권을 탓하고 참모진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처럼 허정무도 핑계거리만 찾고 있는데 국가대표 팀에게 앞으로의 1년은 2010 월드컵의 진출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자신이 정말 명장이라 생각한다면 이 기간 동안에 가장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한 로드맵을 구상하기 바란다.
상대팀들 분석과 전술보강, 선수자원 확보, 훈련계획만 세워도 벅차고 모자를 시간에 선수탓, 협회탓, 구단탓만 하게 된다면 정말로 7년 이상의 과거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