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모니터에서 연기 나"
뭔소리여? 하고 다시 몸을 돌려 모니터를 보니 무슨 마술을 보는 것인 양, 방금 전까지만해도 멀쩡한 화면을 보여주던 상태에서 단 몇초 사이에 화면은 껌껌해지고 모니터 위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전자회로가 타는 특유의 화학적 냄새가 나고 있었다.
기겁을 하고 일단 전원을 끄고 아답터 케이블을 분리했는데 느낌이 영~ 안좋다.
이 모니터는 2005년 5월에 당시 잘 쓰고 있던 명품 이이야마 CRT 모니터가 노후되서 구입한 것인데 만 2년을 채울 시기에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혹시나 AD보드나 인버터가 나간 거라면 그거라도 어떻게 구해서 갈아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분해를 했다.
사실 LCD모니터는 패널이 가장 비싸고 AD보드나 인버터는 몇 만원 정도면 대충 호환하는 걸 구할 수 있는데 패널이 나갔다면 그건 그냥 버리는 게 낫다. 맞는 패널 찾기도 힘들뿐더러 설령 맞는 게 있더라도 케이스에는 안맞을 가능성이 90% 이상이라 하우징이 불가하다. 단품판매도 안하고 가격도 10만원이 훨씬 넘으니 차라리 새거를 사고 마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케이스를 뜯어보니...

참 얄궂게도 인버터와 AD보드는 멀쩡한 모습이다. 사진에서 왼쪽 세로로 긴게 인버터, 중앙에 넙적한 게 AD보드인데 둘 다 '왜 옷은 벗겨놓고 난리인가' 하는 듯하게 쌩쌩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역시나 패널이란 얘긴가...

패널은 스테인리스 금속 재질로 덮여있는 가장 큰 덩어리인데 상단부분을 보니 전기인두로 지져버린 듯하게 탄 흔적이 보인다. 예상컨데 백라이트 부분의 회로가 타버린 것 같다. 인버터와 연결되는 하네스 쪽에 합선이 발생한 것인지 수평방향으로 홀랑 타버렸다.
이럴 때가 참 거지같은 게 LCD모니터에서 가장 고장 안나는 곳이 패널이다. 그래서 처음에 잘 작동되는 제품이라면 몇 년 지나서 쓰기가 싫어질 때까지는 기냥 잘 가는 게 일반적이다. 또 설령 LCD모니터가 고장증상을 보인다 싶으면 거의 대부분은 LVDS케이블(사진에서 가운데 선 뭉치)이 불량인 경우이다. 이럴 땐 케이블을 다시 끼워본다던가 아님 새걸로 교체하면 또 잘 작동하게 된다.
패널이 이렇게 타서 나가버린 것도 매우 드문 케이스거니와, 무상보증기간 1년 안에 나갔으면 그나마 교환을 요구했을텐데 2년 있다 나갔으니 그럴 수도 없고 제조업체에 가서 수리를 요구하자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새 모니터값 이상을 내야 할 수 있으니(본사의 AS정책은 시장가가 아닌 소비자가에 맞춰지므로) 천상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2년 전에 24만원인가 주고 산 제품이니 딱 1달에 1만원씩 임대료를 내고 썼다가 없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아~ 제품 좀 잘 만들자.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