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SBS의 설레발을 보면 정말이지 너무너무 민망해서 고개가 절로 떨구어질 정도다. SBS의 뉴스만 보면 마치 우리나라가 비밀리에 발사체를 개발해서 단번에 유인우주비행을 시도하는 것인가 하는 착각이 들게 된다. 마치 비행기라는 걸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아프리카 어느 부족이 코끼리 한 마리 갖다주는 댓가로 부족민 중 한 명을 비행기에 태워주니까 온 부족 전체가 하늘을 정복했다며 신들린 듯이 카니발을 벌이는 모습이 상상된다고나 할까.
아무리 상업방송이라고 하지만 100억원(+) 주고 판권 사서 이렇게 종일 돌려대며 광고수익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정말 황당한 얘기도 많이 나온다. 너무나 많지만 하나만 꼽자면 "우주식에 고추장 튜브가 선정되었는데 우리 고추장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했다!!!"는 식이다. 그러면서 나오는 고추장 제조영상... 우주식 선정에 무슨 로비가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SBS의 설레발이 세계수준이라는 건 맞는 것 같다.

학창시절에 TV에서 방영해주던 미국 미니시리즈 '스페이스(The Space)'를 감명 깊게 시청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드라마는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디테일로 미국의 우주개발을 이룩한 실존인물들의 삶을 비쳐줬는데, 2차대전부터 아폴로 계획까지 수 많은 희생과 좌절을 보여줬다. 우주개발이 얼마나 힘겹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는지를 알고 싶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하고 싶다.
특히 공군 소속 조종사가 유인발사에서 궤도를 이탈하게 되고 30여 분 남짓의 초단기 시한부 삶을 남겨놓고 한국전쟁 당시에 입양된 한국인 소녀 연인을 사령실로 불러서 마지막 통신을 하던 장면은 비극의 절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주개발은 고추장을 들고 가느냐, 된장을 들고 가느냐와는 차원이 한참 다른 세계였다.
2차대전 이후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은 국제사회의 패권을 주도하기 위한 파워게임을 했고 그 최전선엔 우주개발이 군사적으로나 홍보적으로 큰 역할을 해왔다. 소련이 해체되고 그 잔재로 남은 우주선 시설을 이렇게 제3국이 구경할 수 있는 걸 보고 있자면 국도변에서 까페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는 퇴역한 비행기의 모습이 떠오른다.
뭐, 관광버스를 타고 둘러보더라도 새로운 문명을 접한다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시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양 호들갑을 떠는 건 알아서 자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진짜 우주개발을 하고자 한다면 지금의 조기교육, 몰입식 교육을 영어에서 그대로 수학으로 옮겨버린다면 모를까.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