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는 아직도 그리 호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부감이 들지는 않고 잘 물러진 콩을 씹는 감촉과 입안 가득 퍼지는 진한 감칠맛이 좋아졌다.
청국장을 잘 하는 집으로 식객에 등장한 식당이 바로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한 사직분식인데 콩 음식이 강하게 땡기던 봄날을 맞아 찾아봤다. 위치는 사직공원 바로 옆인데 어렸을 때 살던 동네와 가까운 곳이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대중교통은 3호선 경복궁역으로 가면 된다.

사직분식은 족히 40년은 됐음직한 개량한옥에 자리하고 있다. 간판에 중화요리는 다른 집 간판이고 이곳에선 간판메뉴인 청국장과 서브메뉴인 두부찌개, 그리고 제육볶음(2인분 이상 주문 가능)만 팔고 있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없는데 이름은 사직분식이다. 추정컨데 먼 옛날 초창기엔 국수도 팔고 수제비도 팔다가 청국장이 제일 호평을 얻으니 선택과 집중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지 않았을까? 물론 아무 근거는 없다.

청국장과 두부찌개를 하나씩 시켰는데 반찬들이 꽤 많이 나온다. 밥도 잡곡이 살짝 섞인 밥이다. 사진에 나온 것 이외에 삼치조림이 하나 더 나왔으니 9가지 반찬이 나온단 얘긴데, 각각 맛도 꽤 괜찮은 편이다. 화려한 요리는 아니지만 먹고 나면 힘을 내서 열심히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가정의 맛이었다.

청국장의 모습. 직접 띄우는 거라 콩알 하나하나가 예쁘게 모양이 살아 있다. 씹히는 감촉도 무척이나 부드럽고 공장에서 만든 청국장처럼 강한 냄새가 거의 안나고 고즈넉한 동네와 어울리는 정감 있는 냄새가 코 끝을 간지럽힌다.

두부찌개는 돼지고기를 큼직큼직하게 썰어넣는데 이 맛도 꽤 괜찮았다. 어떻게 괜찮았냐면 SLR클럽의 댓글처럼 미사여구를 총동원시키진 못하겠지만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수 있을 맛이라 할 수 있겠다.
사직분식의 음식들은 결코 화려하거나 폼이 나서 애인과의 데이트에 분위기 잡으러 갈만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4천원의 음식값으로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밥상과도 같은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흔한 것 같으면서도 결코 찾기가 쉽지 않다.
청국장과 두부찌개를 먹으면서 오랜만에 음식점에서 공기밥 추가를 주문했고 오후 내내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