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맛대맛'에 나왔다고 하는데 난 그 프로그램에 나온 집들에 그다지 호감을 느끼지 않는 관계로 과히 좋다고만은 할 수 없겠다. 뭔가 세월의 흔적들이 보이는 듯한 실내 분위기지만 위생이나 청결도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일을 한다고 하는 동준군.
가끔씩 내가 심한 소리도 하지만 이젠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형님과 대작도 하고 이런 저런 얘기도 하는 녀석을 보면 0.1g만큼 대견해질 때도 있다.

주문한 메뉴는 등갈비 소(小) 사이즈(1만8천원). 이집 음식의 컨셉은 '복고' 또는 '어린 시절 미군부대에서 흘러 유통된 소시지에 대한 원대한 동경으로 떠나는 추억여행'이 될 듯 싶다. 일단 식전에는 덕용 오뚜기스프가 제공된다. 후추는 살짝만.

특색은 없지만 맛은 좋은 복고풍 샐러드.

동그랑땡이라 불리는 고기완자는 옛날엔 '함박스테키'라고 불렸던 양식메뉴와 매우 흡사하다. 약간 밀가루의 함량이 좀 더 높다고 할 수 있는데 부드럽게 잘 구워져서 부담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 오른쪽의 소시지는 개인적으로는 등갈비보다 더 마음에 든 메뉴였는데 다음 사진에서 상세히 보자. 이 두 가지는 별도로 주문하지 않아도 등갈비 바베큐에 포함이 된다. (추가 주문시에는 별도 금액.)

촉촉한 육즙이 베어나오는 이 소시지는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남대문 도깨비시장에서 사오신 걸 맛보고 깊은 감동을 느낀 그 때 그대로였다. 밀가루와 어육을 주원료로 만들어 낱개 포장된 큼지막한 분홍색 '진주햄 쏘세지'만 해도 감지덕지하던 시절이었는데, 한 다스가 진공포장된 이 미군PX 소시지는 어린 시절 강대국 미국과 우리나라 사이의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체감하게 해주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식품들이 수 없이 많고 오히려 이런 미국 공산품 소시지가 정크푸드로 홀대 받는 시대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몇 년에 한 번씩 이 소시지를 접하게 되면 옛 추억이 밀물처럼 밀려들게 된다.

드디어 등갈비 바베큐 등장. 맛 좋은 고구마 구이도 반쪽 올려져 있다. 등갈비는 먹으려면 좀 번거롭고 들인 수고에 비하면 그다지 깊은 맛을 제공한다고 보기도 어려워 그다지 선호하는 부위는 아니지만 이 집에서는 이게 메인인 관계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여기서 팁 하나: 어지간히 가까워진 사이가 아니라면 여성과 함께 등갈비집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그럭저럭 맛나게 먹긴 했지만 소스가 너무 많이 발라져 있었고 게다가 나로서는 정말 안좋아하는 식품첨가제인 캡사이신액까지 소량이나마 들어가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캡사이신액은 이른바 '불닭'의 매움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존재) 개인적으로는 소스는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간만에 적당히 맛있었던 바베큐였다. 다음에 가면 소스를 덜 넣고 조리를 부탁해서 다시 맛을 보고 싶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