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본 일본 드라마 '소에게 소원을'.
도시에서 자라고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축산대학교에 진학한 남녀대학생 5명과 낙농가의 아들로 자라 장학금으로 축산대에 갔어도 시골의 환경에 염증을 느껴 도시에 정착하려고 하는 주인공이 3개월간의 실습을 함께 하면서 성장해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좀 빤한 설정과 상투적인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드라마 자체의 흡입력은 그리 대단하진 않다. 더우기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너무 선남선녀 스타일이라 힘겨운 낙농업과는 전혀 별세계의 인물들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와이프의 지적도 수긍이 간다. '체험 삶의 현장'에 FT아일랜드와 소녀시대가 동시 출연하면 이런 모습일까.
하지만 진부한 갈등구조 속에서도 산업사회에서 낙농업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어려움(비록 우리나라 보단 월등히 사정이 낫다 하더라도)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생명을 키우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아픔과 보람을 비교적 고루 보여줬다는 데 이 드라마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누구나 다 예상하듯이 서로 어울리지 않을 법한 학생들은 3개월 간의 실습을 통해 진정한 낙농학도로 거듭나고, 낙농가의 아들은 아버지의 깊은 고충을 정면으로 받아들여 그 뒤를 잇게 되며 극은 끝을 맺는다. 무감각할 정도로 교훈적인 구성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북해도의 깨끗한 자연에 모든 것이 다 용서가 될 만하다.
프랑스의 드골은 "식량을 자급할 수 없는 나라는 진정한 독립국가라 부를 수 없다"라고 하였다. FTA협상이 현재도 진행형으로 흘러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마음 속에 새겨봐야 할 말이 아닐까?
가까운 일본에서는 1차산업 보호에 대한 노력을 하면서도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 청소년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시청률의 논리에 따라 수년 전 '전원일기'가 종영된 데 이어 시청료로 운영하는 KBS1 TV마저 10월10일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종영시켰다. 물론 그 시청료는 농어촌에서도 동일하게 내는데 말이다.
전원생활에 대한 감상적인 예찬과 연민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한 작은 관심이 언젠가는 큰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