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엔 뮤지컬 헤드윅을 2번이나 봤는데 첫 번째 오만석이 공연한 헤드윅은 넘흐나 감명 깊었지만 두 번째 김다현의 헤드윅은 쪼금 별로였다.
이유를 되짚어 보니, 첫 번째 관람시에는 오만석이란 배우의 열연도 물론 한 몫 했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객석의 열광적 반응이라던가 공연장을 감싸는 공기가 사뭇 신선했던 것 같다.
하지만 1차 공연이 워낙 큰 인기를 얻어 겨울에 다시 2차 공연을 시작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아뿔싸! 2차 공연에서의 주된 소비자는 1차 공연에서 배우의 매력에 흠뻑 빠진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었던 것이다.
1차에 봤을 땐 50:50까진 아니더라도 한 30:70 정도로 제법 남성관객들도 많았는데 2차엔 10:90 정도로 객석은 거의 다 여성관객이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헤드윅 공연을 몇 번씩이나 본 사람들이었다. 관람목적은 극의 내용보다도 오드윅 조드윅 김드윅 등 주연배우들을 돌아가면서 보기 위해서라고...
그러다 보니 그저 헤드윅의 음악을 듣고 헤드윅의 이야기에 가슴아픔을 느끼고 싶던 나에겐 뭔가 괴리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들은 싸이월드나 기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무슨 행동강령 같은 걸 함께 공유하는지 공연의 장면장면마다 모두 다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예컨대 GOD 콘서트에서 일치단결하여 풍선을 함께 흔들며 노래 소절 사이사이마다 한 목소리로 멤버들의 이름을 부른다던가, 버라이어티 쇼에서 AD의 지시에 맞춰서 하하하하~ 또는 에에이~~ 하는 목소리를 내는 방청객들의 반응처럼 일사불란함을 느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멋진 음악이 함께 하는 감동적인 뮤지컬을 봤다기 보단 뮤지컬 배우 김다현의 팬미팅에 잘못 찾아 들어가 뻘쭘하게 끼어 앉아 있다 온 기분이 들었다. 공연 시작시에 기획사 측에서 OHP로 이상한 자막 내보내기 시작했을 때 진즉에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말이다.
인기가 있고 롱런하는 공연들이 여럿 있지만 연출과 극본이 좋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헤드윅의 롱런은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Posted by shar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