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매스매티카는 컴퓨터라는 도구의 원래 목적인 계산기능을 극대화시킨 것으로 다분히 제격이었다면 이 프로그램은 음악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하긴, 음악이라는 것도 사실 지극히 수학적인 근본을 갖고 있지만 컴퓨터와 기타를 이렇게 멋지게 연결 시켰다는 점은 여간 놀랍지 않다.
무려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음악 수업을 받았음에도 나는 요 며칠 사이에 미와 파가 반음 관계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오선지 악보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미-파와 시-도가 솔-라와 동일하게 반 칸을 이동할 수 있단 말인가? ㅎㅎㅎㅎㅎ
어디 가서 말 하기 힘들 정도로 무지한 소치들이지만 전혀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건 역시나 즐거운 일인 것 같다.
딱히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닌데 얼마 전 옥수사진관 김관장이랑 정말 오랫만에 방문했던 낙원상가의 활기 넘치는 모습에 감명을 받고, 그에 반해 TV홈쇼핑에서 요란스럽게 판매하고 있는 기타들에 대한 반감 같은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일종의 충동구매라고나 할까.
어쨌든 덕분에 김관장에게 폭풍 까였다. ㅋㅋ
뽑기에서는 명품 마틴 기타였지만 현실은 입문용 기타...
그래도 이게 자전거로 치면 알루 티아그라 급은 되는 거 같은데 파격 세일하는 샵을 만나 2300 구동계 생활로드 가격으로 신품을 업어 온 것 같다.
기타를 사려고 좀 알아봤더니 이 세계도 그 넓이와 깊이가 예사롭지 않았다. 기타에서도 스펙이 참 다양하다는 걸 새롭게 배웠는데 내가 구입한 기타는 외형상으로 드레드넛 바디라고 한다. 물리학적으로 정현파의 원리는 간단한데 이게 실생활에서 구현되려면 뭔가 계속 복잡해진다.
상판은 솔리드 스프루스라고 한다. 스프루스는 나무 이름 같고 솔리드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고체 상태가 아닌 상판을 쓰는 기타도 있나? 그렇다면 추측컨데 솔리드는 합친 게 아닌 통으로 되어 있는 걸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어쿠스틱 기타는 부위별로 어떤 종류의 나무가 사용되었는지로 품질의 높고 낮음을 구분하는 것 같다. 그나저나 저 별로 안이쁜 피크 가드는 떼버리던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일단 까인 다음 잔존해 두기로.
옆면과 뒷면은 마호가니라고 한다. 혹자는 사펠리일지도 모르겠다고. 잘은 모르겠지만 마호가니면 일단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옆면에도 뭐라뭐라 설명이 있긴 한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지판은 로즈우드라고 하는데 장미가 열리는 나무가 이렇게 큼직한 게 있다니.
머리 부분은 요렇게 생겼다.
하핫~ 입문용이지만 제법 그렇듯 한 모습이라 생각된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부모님께 돈을 받아 음악시간 준비물로 리코더나 하모니카 같은 걸 사갖고 간 적은 있었지만 직접 돈을 내고 자의로 구입한 악기는 이게 처음이다.
도구를 사용하는 취미는 스키와 자전거를 하고 있고 둘 다 일정 수준 초급은 넘은 것 같다. 자전거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알고 있는 정도까지도 하게 된 것 같다.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보면 도구 자체가 취미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물론 그 중엔 진짜 존경에 마지 않는 달인도 많았지만 개중엔 고가의 도구로 자신의 자존감을 대신하는 데에만 열중하는 이들도 분명 있었다.
악기라는 취미에서 나는 말 그대로 입문도 아직 않은 캐초보이며 올라간다 하더라도 대충 매우 낮은 한계치가 점쳐진다. 그러니 이 기타 역시 내겐 개발에 편자란 생각이다.
현실적인 목표를 정하고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공부를 하면서 음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하나 하나 깨닫는 것으로 즐거움을 얻었으면 좋겠다.